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태백 주민들 "제천에서 고속도로 뚝 끊겨… 우린 '육지 속 섬' 신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서해안 잇는 동서고속도로, 평택~제천 구간만 개통한 채 제천~태백~삼척은 착공도 안해

"태백은 전국 市 중 유일하게 1시간 내로 닿는 고속도로 없어… 이대로면 지역 생존권 위태"

"고속도로가 놓여야 관광객이 찾아오고 기업도 유치해 일자리도 만들 것 아닙니까. 이렇게 오가는 게 불편하니 누가 오겠습니까."

전영수(61) 강원 태백시번영회장은 태백을 '육지 속의 고도(孤島)'라 했다. 그는 "태백은 시 단위 지자체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1시간 이내로 닿는 고속도로가 없는 곳"이라며 "오투리조트와 황지연못, 용연동굴 등 훌륭한 관광지가 많지만 연결 도로망이 부실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태백을 찾으려면 충북 제천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한 뒤 국도 38호선을 타고 100㎞가 넘는 왕복 4차로를 달려야 한다. 이동하는 데 적어도 3시간 30분 소요된다. 더욱이 국도 38호선은 고도 차이가 심하고 급커브가 많아 사고 위험마저 크다.

조선일보

강원 정선군 고한읍을 출발해 태백시 문곡소도동을 가기 위해선 함백산 줄기에 놓인 지방도 414호선을 구불구불 지나야 한다. 고속도로가 놓이면 급커브가 많은 이 길을 피해 다닐 수 있다. /태백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태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 도시였다. 석탄 산업을 앞세워 근대화에 앞장서며 1983년 인구가 11만7143명에 달했다. 하지만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며 탄광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인구가 매해 감소해 현재는 5만명 선까지 무너졌다. 태백시는 관광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노렸지만, 불편한 교통망이 발목을 잡았다. 전 회장은 "태백을 비롯해 영월과 정선, 삼척 등 강원 남부 지역은 강원도에서조차 교통 오지로 불린다"면서 "경제 개발 사각지대에 놓여 지역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태백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조성 계획은 세워져 있다. 동해안과 서해안을 잇는 총연장 250.1㎞의 삼척~평택 동서 6축 고속도로다. 이 고속도로는 지난 1996년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에 따라 1997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22년째 미완의 상태다. 지난 2015년 경기 평택~충북 제천(126.9㎞) 구간은 연결됐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강원 영월과 정선, 태백을 지나 삼척까지 이어지는 123.2㎞ 구간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동서 6축 고속도로가 개통될 경우 태백과 삼척 등은 기존 이동 때보다 최대 1시간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평택~삼척 동서 6축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김재진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북 제천~강원 삼척 구간의 연결로 강원도 내에서 발생하는 생산 유발 효과는 5조6586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조5356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5조5139억원 등 총 13조7000억여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은 "제천~삼척 고속도로 개통은 낙후된 도로망 개선을 넘어 동해안의 삼척·동해항과 서해안의 평택항을 연결해 새로운 물동량을 만들 수 있다"면서 "향후 북방 및 중국·러시아와의 무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착공 구간에 자리한 강원 태백·동해·삼척·영월·정선과 충북 제천·단양 등 7곳 지자체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고속도로 조기 착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년 7곳 지자체는 '동서고속도로추진협의회'를 꾸려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을 찾아 사업의 필요성을 건의하고 있다. 지난 8월엔 7곳의 시군 시민으로 구성된 '동서 6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 민간공동추진위원회'도 구성돼 고속도로 조기 착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일까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평택~삼척 간 고속도로 조기 추진'이란 청원을 올려 2만6374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민간공동추진위원회는 앞으로 10만명 서명 운동을 전개해 동서 6축 고속도로 조기 착공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동서고속도로추진협의회와 연계해 시군 연합궐기대회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최근 정부가 지방 사회 기반 시설의 경우 경제성보다 발전 평가 비중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5월 제천~영월 구간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영월~삼척 구간은 여전히 사업 검토 수준"이라며 "동해안 지역 발전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삼척~제천 간 미개통 구간의 조기 착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척·태백=정성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