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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터키-미국, 시리아 휴전 합의...쿠르드 국경지역 철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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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펜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협상 후 발표

"국경-30㎞ 안전지대 철수 위해 닷새 간 휴전"

트럼프 "문명의 위대한 날, 수백만명 목숨 구해"

에르도안, 자국 쿠르드와 분리 100% 목표 달성

"터키 사실상 영토 늘리고, 쿠르드 고향땅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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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터키 미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키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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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위해 시리아 북동부에서 5일 간 휴전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급 대표단이 17일(현지시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벌인 결과다.

로이터통신은 펜스 부통령이 “오늘 미국과 터키가 시리아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4시간 이상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터키 측은 120시간 동안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의 안전지대 철수를 위해 ‘평화의 봄’ 작전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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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군, 시리아 쿠르드 공격 본격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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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터키군은 이 일대에 테러 집단의 주둔을 막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라며, 작전명을 ‘평화의 봄’이라고 명명했다.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가 터키 내 분리주의 쿠르드 노동당(PKK)과 독립 추진을 위해 연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프라테스강 동부 국경에서 30㎞ 깊이 안전지대 밖으로 몰아내려는 것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평화의 봄’ 작전에 따른 모든 군사 행동은 일시 중단될 것”이라며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가 완료되면 군사작전은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합의한 휴전 조건대로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가 안전지대 밖으로 떠나면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선 100%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며 "그는 대단한 지도자이자 실력자(strong man)로 옳은 일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트위터에도 "문명을 위해 위대한 일"이라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에드로안은 사실상 터키 영토를 시리아 북부로 늘린 큰 승리를 얻었지만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IS)와 전쟁에 1만여명이 숨지며 지켰던 고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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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일대일 회담을 가졌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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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펜스 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리아 특사 제임스 제프리 등 미국 고위 대표단을 이끌고 오후 1시30분 터키 수도 앙카라에 도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일대일 접견은 이날 오후 3시30분 시작됐으며, 80여분 간 이어졌다. AFP통신은 당초 예정했던 15~20분보다 훨씬 길어진 것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후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고위급 대표단이 합류해 협상은 4시간 넘게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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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통령은 펜스 미 부통령과 일대일 회담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을 계속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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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은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반면 터키 측은 ”테러조직과의 협상이나 공격 작전을 후퇴하는 것은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터키 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낸 편지는 아무 효과도 없었다”며 “분명한 것은 터키는 국경지대에 테러 조직을 원하지 않으며 공격 계획은 다가올 어떤 조치에 의해서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회담 전망을 어둡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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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 쿠르드와 협상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EPA,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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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터키 대통령에게 시리아를 침공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미 폭스뉴스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이에 대한 격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터프가이가 되지 마라”며 “당신은 수천 명의 학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도 터키 경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영국 BBC 방송도 터키 대통령실 소식통들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받았지만 완전히 거부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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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를 향해 계속되고 있는 터키군의 공격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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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시리아 공격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군 50명이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했다. 미국은 여러 단체가 수백 년간 전쟁을 벌인 중동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중동에서 발을 뺄 계획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군이 시리아에서 ‘평화의 봄’ 작전을 개시했다”며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에 대한 침공을 개시했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경제를 제재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터키 압박에 나섰지만 터키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터키와 쿠르드의 휴전 중재를 위해 펜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터키에 급파했다.

시리아 쿠르드 자치정부는 성명을 내고 “터키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18명을 포함해 민간인 2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650명 이상이라고 쿠르드 자치정부는 덧붙였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번 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에서 3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휴전이 이뤄진 건 터키의 시리아 공습이 시작된 지 9일 만이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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