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욕설, 팔꿈치 공격, 백태클… 손흥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의 세상]

평양 南北축구 영상 봤더니… 北선수들 경기내내 비매너

몸싸움하던 北수비수 넘어지자 우르르 몰려와 우리선수 위협

北코치진은 고성 지르며 신경전

孫 "안다치고 돌아온 것만도 수확"

축구協 부회장 "마치 전쟁 같았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에서 북한이 촬영한 90분 경기 풀 영상을 국내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영상엔 선수들의 말처럼 지난 15일 격렬했던 북한전 경기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후반 각 3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은 협회 유튜브 채널인 KFA TV를 통해 공개했다.

시작부터 거칠게 나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북한 선수들은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와 공격적으로 부딪혔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을 팔꿈치와 손으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 북한의 거친 플레이에 주춤거리던 우리 선수들의 몸놀림도 점점 과격해졌다. 심판은 휘슬을 불고 흥분한 선수들에게 구두 경고를 하느라 경기를 자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는 공식 홈페이지에 "(북한전은) 심판이 골키퍼보다 바빴던 경기"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는 모습. 그는 "북한 선수들이 매우 거칠었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욕설도 들었다"며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반 10분 야구 경기의 '벤치 클리어링'과 비슷한 충돌이 벌어졌다. 한국 공격수 나상호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던 북한 수비수 박명성이 넘어지자, 흥분한 북한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북한 수비수 리영철은 정우영의 가슴팍을 양손으로 밀쳤다. 바로 앞 벤치에 앉아 있던 북한 후보 선수들과 코치진도 일어나 거칠게 항의했다. 이틀 전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먼저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그 장면이다.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지만, 황인범은 이 과정에서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했다. 황인범은 "내년 6월 북한이 한국 홈으로 왔을 땐 (거친 플레이 대신) 앞선 경기력으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 경기 내내 집중 견제

한국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은 경기 내내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전반 13분 돌파하다 공이 이미 몸을 떠난 상황인데도 북한 수비수 리영철이 뒤늦게 뛰어와 팔로 가격해 넘어뜨렸다. 주저앉아 허탈한 표정을 짓던 손흥민은 집중력을 잃은 듯 이어진 프리킥을 땅볼로 찼다. 이후에도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북한 선수들은 몸부터 부딪치는 더티 플레이로 저지에 나섰다. 손흥민은 "(거친 플레이가) 북한 선수들의 (기선제압) 작전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것치곤 심했다"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심한 욕설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과 유니폼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굳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는 북한 공격수 한광성(유벤투스)에 대해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후반전 들어서도 거친 파울이 나와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구두 경고를 하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대표팀 감독은 "파울과 경기 중단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리듬이 자주 끊겨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무관중이 '北 어드밴티지'?

이날 경기는 무관중이 오히려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영상에는 적막한 그라운드에서 북한 선수들과 벤치의 코치진이 외치는 고함밖에 들리지 않았다. 심판진은 계속 주의를 줬음에도 북한 벤치가 고함을 치며 신경전을 벌이자, 전반 33분쯤엔 경기를 중단시키고 벤치로 다가와 '입을 잠그라'는 시늉을 했다.

북한 공격수 박광룡은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뒤에 우리 골대 뒤편 스탠드로 공을 있는 힘껏 차며 비매너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다.

[윤동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