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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방심위, 미성년 출연자에 “전화번호 달라” tvN ‘플레이어’ 법정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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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9월 1일 전파를 탄 tvN 예능프로그램 ‘플레이어’. [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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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XtvN의 예능 프로그램 ‘플레이어’가 힙합 경연프로그램을 패러디하면서 미성년자인 여성 래퍼의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자 탈락시키는 내용을 방송해 법정 제재를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플레이어’에 대해 법정제재 중 하나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 제30조(양성평등) 제4항을 위반했다는 판단에서다.

법정제재 또는 과징금은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진다. 소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심의위원 전원(9인)으로 구성되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지상파·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홈쇼핑PP 등이 법정제재 또는 과징금을 받는 경우 방통위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방송평가에서 감점되는 중징계이긴 하지만 유료방송채널인 tvN·XtvN은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재허가 심사 대상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일 방송한 ‘플레이어’에서 엠넷의 힙합 경연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코너 ‘쇼미더플레이’를 방송했다. ‘프로듀서’ 역을 맡은 개그맨 장동민이 예선 참가자인 여성 래퍼 하선호의 랩을 들은 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하선호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방송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온 개그맨 장동민은 18세 래퍼 하선호의 무대를 본 뒤 그에게 합격을 상징하는 목걸이를 들고 “원해요?”라고 물었다. 이에 하선호가 “주세요”라고 하니, 장동민은 “저도 전화번호 원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하선호가 “저 18살인데…”라고 난감해하자 장동민 “탈락”이라며 그를 경연에서 떨어뜨렸다. 이 장면에 제작진은 ‘하선호, 번호 안 줘서 탈락’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밖에도 하선호가 18살이라고 하자 경고음이 울리면서 자막으로 ‘장난’이라고 고지하는 장면, 다른 출연자들이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개쓰레기”라고 말하는 장면, 자막으로 ‘비난폭주’ ‘th뤠기!!’라고 고지하는 장면, 하선호가 경연장을 나서며 손가락으로 욕설(가림 및 비프음 처리)을 하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탔다.

CJ ENM은 서면 의견진술서에서 “심사위원역인 장동민은 하선호가 미성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행동이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볼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콩트 장치를 추가했다”며 “‘장난장난’이라는 자막을 추가하고 출연자들에게 질타와 야유를 받는 장면 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것에 대한 불만 표현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넣었다. (하선호가) 손가락 욕설 장면도 콩트 측면에서 보여준 건데 적절치 못했다는 점도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출연자가 여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희롱하는 부적절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편집하기는커녕 자막이나 효과음을 통해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은 제작진의 양성평등 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방송사가 문제적 장면을 자막이나 효과음으로 완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강조한 것으로 판단하며, “화면에 댓글을 붙여 그 상황을 강조하는 효과를 내며 웃음의 소재로 소비했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전화번호의 상징이 우리 교제하자는 거 아닌가”라며 “장동민의 ‘전화번호 원해요’ 발언은 미성년자인 당사자나 시청자나 성희롱이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여성이 그 행위 자체에 불만을 표현하는 내용도 방송에 담아 여성의 입장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했는데, 이건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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