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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탈루냐, 분리독립투표 재추진키로…스페인과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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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법원의 카탈루냐 前 지도부 중형선고 이후 격렬시위 나흘째

자치정부 수반, 폭력시위 자제 호소하면서도 투표 재추진 공식화

연합뉴스

16일 저녁(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 제1도시 바르셀로나의 거리에서 시위대가 경찰에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오랜 열망으로 또다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이 14일 지난 2년 전 독립을 추진했던 자치정부 지도부에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한 이후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일대에서는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시위대가 줄줄이 연행됐다.

이런 가운데 자치정부 수반은 폭력 시위의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또다시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스페인과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킴 토라 수반은 17일(현지시간) 자치 의회에 출석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치정부 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폭력 시위의 중단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스페인의) 탄압과 공포에 따른 어려움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전진해야 하며 위협과 방해에도 굴해서는 안 된다"면서 폭력 시위가 분리주의 운동의 대의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에는 폭력 시위 선동자들을 집회에서 배제하고 평화적 방식으로 시위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바르셀로나 도심과 스페인 제2의 국제공항인 바르셀로나 외곽 엘프라트 공항 인근에서는 지난 14일 오후부터 대규모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모인 곳곳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만 시위대와 경찰 100여 명이 다치고 97명이 연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에 주차된 차량과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곳곳에서 경찰을 상대로 화염병과 돌, 유리병을 던지는 격렬한 투석전도 있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의 격렬한 시위를 우려 속에 주시하며 경찰력을 카탈루냐로 속속 집결시키고 있다.

카탈루냐 분리주의 운동은 지금까지 대체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왔지만 이번에는 지난 14일 스페인 대법원이 2년 전 분리독립 추진을 이끈 자치정부의 전 지도부에게 일제히 중형을 선고하면서 민심이 격렬히 요동치고 있다.

특히 평화적 방식의 독립운동을 지향해온 카탈란국민회의(ANC), 옴니움 쿨투랄 같은 단체들 외에 공화국수비위원회(CDR)라는 신생 급진 조직과 온라인 운동단체 '쓰나미 데모크라틱'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시위 양상이 보다 격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재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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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자치의회에 출석한 킴 토라 자치정부 수반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킴 토라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자치의회에서 한참을 폭력시위 중단의 필요성을 연설하고는 작심한 듯 분리독립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자결권에 관한 투표를 했다는 이유로 그들이 100년형을 언도했다면 우리의 응답은 자명하다. 똑같은 일을 다시 할 것"이라면서 의회 임기인 2021년 말까지 자결권 행사를 위한 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와 헌법재판소, 대법원은 분리독립 자체가 위헌이므로 그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역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징역 9∼13년형이 확정된 오리올 훈케라스 전 자치정부 부수반 등 자치정부 내각 9명은 모두 위헌인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스페인 검찰에 의해 반역죄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검찰의 공소 내용 중 반역 혐의는 인정하지 않아 그나마 구형량(징역 25년)보다는 형량이 낮아졌다.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재추진 방침이 나온 이 날 역시 카탈루냐 일대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동맹휴업을 선언한 학생 2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바르셀로나 시청 인근에 집결해 경찰과 대치 중이며, 카탈루냐의 주요 도로와 철로에서도 점거 시위가 이어졌다.

카탈루냐 노동계도 오는 18일 총파업과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페르난도 그란데 말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카탈루냐에서 중대한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폭력시위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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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바르셀로나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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