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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원칙 따라 조국 수사…좀 있으면 다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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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국감서 답변

“이런 사건 내 승인 없이 못해

예나 지금이나 난 정무감각 없어

정신 차리고 똑바로 일 하겠다”

윤석열 총장 10시간 국감 답변

한겨레신문 ‘별장 접대’ 보도엔

“1면에 사과하면 고소 다시 검토”

박지원, 정경심 옹호발언 이어지자

격앙된 톤으로 “특정인 보호하나”

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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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검찰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데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다. 지난 8월 27일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돌입한 지 51일 만에 나온 윤 총장의 공식 언급이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방침이다”며 “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답변 과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하겠다”며 “이제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텐데 기다려 달라”는 말도 했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선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논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 전 장관과의 ‘동반 사퇴론’에 대해선 “제게 부여된 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할 따름”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총장의 임기제(2년)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도입됐다. 윤 총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은 최근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된 이유에 대해선 “권력형 비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국민들 생각하시기에 검찰이 떳떳하지 못했다는 점과 검찰이 너무 많은 권한 갖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를 생각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어떤 과제를 이행했느냐’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건 검사들의 소신과 자기 헌신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살아 있는 권력’ 언급이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전제로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잇따랐다. 정 의원은 “정부와 여권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한다”며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 전 장관) 가족 소환 방식에 대한 윤 총장의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정 교수를 비공개 소환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 배우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MB 때 검찰 중립성 쿨했다, 대통령 형 구속해도 관여 없어”

윤 총장은 “밖에서는 어떻게 보실지 몰라도 수사팀의 판단에 의해 어떤 부끄러움 없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중립성=“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뭐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간부들이 17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총장, 복두규 사무국장, 이두봉 과학수사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조부장,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강 차장검사 뒤), 조상준 형사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이날 여야는 공수처 도입과 패스트트랙 수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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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자신의 검사 인생 중 ‘가장 일하기 좋았던 시기’로 이명박 정부를 꼽았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오래 하셨는데 검찰에 대한 중립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인가. 그나마 중립을 보장하고 있나. (답이) 어렵냐”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윤 총장의 답변에 이 의원은 급하게 말을 끊으며 “자, 총장님 좋습니다. 자 그러면…”이라며 다음 질문을 했다.

윤 총장이 말한 ‘이명박 정부 때 특수부’ 시절은 그의 경력상 2009년 1월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대검 범죄정보2담당관→대검 중수2과장→대검 중수1과장 등 검찰의 요직을 순탄하게 거친 기간이다. 2012년 6월 대검 중수부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다. 윤 총장은 당시 중수1과장으로 이 수사를 이끌었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수사를 의식한 듯 ‘과거와 비교해 변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정무 감각이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오전 국감에서 대한민국의 공직자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별장 접대 의혹 보도=윤 총장은 ‘건설업자 윤중천씨 별장에서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한겨레 보도(1면)에 대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총장은 법사위 위원 질의 대부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한겨레 보도에 관해서는 강하게 발언했다. 한겨레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 답변하던 중 깍지 낀 손을 풀기도 했다.

윤 총장은 “살면서 어마무시한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누구를 고소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 보도는 확인 없이 게재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검찰이라는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이런 보도를 하게 됐는지, 같은 지면에 공식 사과를 한다면 고소를 유지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과 신경전=윤 총장은 ‘정치 9단’으로 불릴 만큼 노련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과의 질의 답변 과정에서 목소리를 한 톤 올렸다. 박 의원이 “범행 일시·장소·방법이 지금 정경심 교수를 첫 기소한 공소장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 이런 것은 과잉기소 아닌가?”라고 하자 윤 총장은 “과잉인지 아닌지 설명하려면 수사 설명을 해야 하는데 수사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정 교수는 소환도, 조사도 안 하고 기소했다”고 하자 윤 총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의원님, 국감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 자꾸 하시는데,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보호하는 게 아니다”며 ‘방어 모드’로 전환한 박 의원이 “아니 그러니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데…”라고 계속하자 윤 총장은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며 “이제 조금 있으면 다 드러날 텐데 기다려 주시죠”라고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개의한 대검 국감은 10시간 만에 종료됐다. 마지막 질의에 나선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검찰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권력에 주춤거리고 멈칫거렸다”고 지적하자 윤 총장은 “검찰도 많이 변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원칙에 어긋난 일 처리를 하게 되면 반드시 나중에 좋지 않다는 걸 경험칙으로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정신 차리고 똑바로,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국록 먹는 사람이니 똑!바로 일하겠다”며 ‘똑바로’를 두 차례 반복했다. 마지막 ‘똑바로’를 이야기할 땐 한 음절씩 끊어 말하며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장혁·김기정·김수민·정진호·윤상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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