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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식수 위협·야생 파괴…이런 동물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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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건립 논란 토론회

경향신문

주민들이 드론으로 촬영한 제주 대명동물테마파크 사업예정지, 멸종위기종 애기뿔쇠똥구리, 선흘2리 우진제비오름, 선흘2리 습지 백화동(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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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집중·지하수 보전 지역

람사르 습지·세계자연유산 인접

“어떤 식으로든 식수 오염 불가피”

멸종위기종 등 총 53종 서식지

“동물 집에 동물원 짓는 격” 비판


제주도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하고 야생동식물 서식지를 파괴하면서까지 동물원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곶자왈지대인 제주 조천읍 선흘2리에 대명동물테마파크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고 동식물 서식지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현정 정의당 전 생태에너지본부장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조천읍 선흘2리는 제주 내에서도 곶자왈이 집중된 곳으로, 지하수 자원보전지구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제주도를 하천에 따라 16개 지역으로 분류한 표준유역도상에서 하천이 없는 지역 중 하나로 지하수가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경관생태학 전문가인 이 전 본부장은 “동물테마파크는 어떤 식으로든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와 동물보호단체,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대명 측이 건립을 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약 58만㎡의 초대형 부지에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 20종의 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원과 호텔, 글램핑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동물원 예정부지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선흘2리 동백동산과 채 1㎞도 떨어져 있지 않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식물 등이 마구 엉클어져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의미의 ‘자왈’이 합쳐진 단어다. 용암지대에 나무와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을 이룬 곳으로 멸종위기 식물과 보호야생동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의 곶자왈 총면적이 99.5㎢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곶자왈은 난개발로 골프장, 호텔 등이 건립되면서 파괴되고 있다. 특히 골프장은 이전에 곶자왈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조성된 경우가 많다. 현재 제주 내의 골프장 면적은 총 33.7㎢로 이는 제주 전체 면적의 약 1.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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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곤충 두점박이사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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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명 측이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파괴하고 동물원을 만들면서도 생물다양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대명 측이 계획하고 있는 동물테마파크에 대해 “동물의 집에 동물원을 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제주동물테마파크 설립은 석굴암에 동굴테마파크를 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명 측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발견된 생물만 보더라도 선흘2리를 훼손해서는 안될 이유가 충분하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사에서는 그보다 더 다양한 생물들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명 측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 22종, 양서파충류 6종만 발견되고, 멸종위기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환경단체와 생명다양성재단의 조사에서는 애기뿔쇠똥구리, 긴꼬리딱새,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 7종과 제주도롱뇽, 남방남색부전나비 등 제주에만 사는 고유종 3종이 발견됐다. 또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조류 34종, 양서파충류 9종과 곤충 등도 발견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이 해당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높인다는 대명 측 주장에 대해 “있는 서식지를 잘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보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동물원 13곳에 대한 조사 결과 보유동물 중 멸종위기종의 비율은 25% 수준에 그쳤고, 동물원 800곳의 보유동물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멸종위기종은 15%에 그쳤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동물원에 멸종위기 동물 일부를 보전한다고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지사가 “동물테마파크는 사파리 형태가 아니고, (해당 부지가) 곶자왈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주민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 환경단체들은 “사업자는 사파리 형태라고 밝히고 있다”며 “해당 부지의 상당부분이 곶자왈임을 의미하는 지하수보전 2등급 지역이며, 람사르습지 및 세계자연유산 지역과도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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