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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도쿄도 첫 '헤이트 스피치' 인정했지만…“벌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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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조례 만든지 1년 만에 첫 사례

올림픽 앞두고 국제사회 눈치보기용

혐한 집회 장소·주최자는 공표 안 해

'고이케 지사, 정치성향 영향' 지적도

중앙일보

지난달 7일 일본 도쿄도 시부야역 광장에서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하는 흐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일 한국·조선인 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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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을 일본에서 내쫓아라, 때려죽여라.” 도쿄도(都)가 이 같은 재일한국인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헤이트 스피치(인종차별·증오 발언)’로 처음 공식 인정했다. 1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지난해 10월 인권존중 조례(일명 헤이트 스피치 방지 조례)를 마련한 이후 처음으로 네리마구(5월)와 다이토구(6월)에서 있었던 혐한 집회 사례를 헤이트 스피치로 결론 냈다.

해당 조례는 도쿄도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헌장에 맞춰 제정한 것이다. 헤이트 스피치 규제 내용을 담은 조례가 제정된 건 일본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었다. 하지만 벌칙 조항이 없는 데다가, 그동안 헤이트 스피치를 인정한 사례도 없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한 조례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도민들로부터 양 집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회가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을 도쿄도가 받아들였다.

그러나 혐한 집회 장소와 주최자 이름 등은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도는 “계도를 목적으로 한 조례의 취지 등에 비춰 이번에는 비공표가 합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일각에선 도쿄도가 이렇듯 시늉만 내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특히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고이케는 전임 지사들과 달리 올해까지 3년 연속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자민당 소속 도쿄도의원들이 도의회에서 ‘당시 자경단은 재해에 편승해 흉악사건을 일으킨 조선인들에 대한 자경 조치다’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 6000여 명은 과대하다’는 등의 주장을 강하게 펴자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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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 가운데, 일본 시민들이 추도식장 주변에 마련된 대학살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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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느라 조례만 만들어놓고 실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의 과격화는 일본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2016년 재일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혐한 데모가 계속 발생하자, 집회 장소로 공원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조치를 내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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