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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성추문 도밍고 내년 도쿄 무대 설까…세계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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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궁지·유럽선 후대, 동양국가 일본 입장 '대외 발신' 기회

올림픽조직위 "정보수집 단계, 늦지 않게 결론 낼 것"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성추문에 휩싸인 세계적인 오페라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의 내년 도쿄(東京) 공연이 예정대로 열릴지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밍고는 내년 도쿄 올림픽 문화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일본 공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추문이 불거진 후 그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대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동양권 국가인 일본 사회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인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도밍고는 추문이 보도된 후 활동거점이던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데뷔 무대였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이 취소된 것을 비롯, 샌프란시스코와 필라델피아 오페라도 10월로 예정돼 있던 그의 콘서트를 줄줄이 취소했다.

도밍고는 이달 초 LA 오페라 감독직을 물러나면서 "오명을 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내가 감독에서 물러나는게 오페라극장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 사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이 제기한 30여년전부터의 성추문 의혹에 대해서는 "동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믿는다"고 해명했지만 공연취소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1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그가 LA 오페라단 감독직을 물러나자 현지 언론은 "미국에서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보도했으나 스페인 출신인 그의 고향격인 유럽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그는 의혹이 보도된 직후인 8월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예정대로 출연, 관객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공연 후에는 환호와 함께 10여분간 기립박수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 음악계 관계자들과 해외언론보도에 따르면 앞으로도 스페인과 독일 등지의 공연에 예정대로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서 공연하는 도밍고
[EPA=연합뉴스]



유럽의 반응이 미국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저널리스트인 이시토야 유이코(石戸谷結子)는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예술, 나아가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이 매우 강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스캔들을 캐스팅 등 예술상의 판단과 결부시키는데 신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밍고는 잘츠부르크에서도 성대한 갈채를 받았다. 수십년전의 성추문과 예술가로서의 평가를 분리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공연이 주목받는 것도 그래서다. 극명하게 대조적인 미국과 유럽의 틈새에서 일본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화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돼 있다. 대회에 앞서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행사로 음악과 무용, 기예가 어우러진 일본 전통연극 가부키(歌舞伎) 배우 이치카와 에비조(市川海老蔵)와 같이 공연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 측은 4월 기자회견에서 "동서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과 무대예술의 꿈의 협연무대"라고 설명했다. 도밍고 자신도 "하룻밤이지만 일본 문화의 일부가 된다는 건 나의 영광"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도밍고는 과연 도쿄 무대에 설까. 조직위 담당자는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이며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밍고 측에서도 출연을 사양한다는 연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밍고는 1월에도 도쿄 공연이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은 예정대로 진행하는지 도밍고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널리스트인 에가와 쇼코(江川紹子)는 "도밍고의 도쿄 공연은 일본 사회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대외에 보여줄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발을 염두에 두고 엄격히 대처할지, 아니면 '무죄추정'으로 예술성을 우선할지, 두가지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지만 목소리 큰 쪽으로 기울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어떻게 판단했는지 확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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