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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랑은 달콤하고 잔인하고 허무하다…전경린 '이중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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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작가', 2년 만에 신작 로맨스로 컴백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예술 작품의 영원한 주제는 로맨스다. 이건 인류가 문명사회를 연 이후 변하지 않은 팩트다. 문학이든, 미술이든, 오페라든, 영화든 가장 많이 다룬 이야기가 '사랑'이다.

대립과 갈등에 찌든 세상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결국 인간 본성의 시원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인지상정인가보다. 오랜만에 사랑을 주제로 한 중견 작가의 소설이 독자 곁을 찾은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닌 듯하다.

게다가 '러브 스토리의 대가', '정념'(情念)의 작가'로 불리는 전경린이 2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니 기대감이 상승한다.

도서출판 나무옆의자가 펴낸 '로만 컬렉션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인 '이중 연인'은 그의 열세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사랑의 달콤함과 잔인함, 그리고 이어지는 허무함을 여성 '나'를 통해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며 느껴봤을 감정이 잊혔던 연예 세포를 깨우는 것 같다. "아, 그런 적이 있었지!" 하는 느낌 말이다. 설렘, 흥분, 슬픔, 분노, 아쉬움, 후회 같은 감정들이 책장을 넘기는 동안 새록새록 뇌리에서 깨어난다.

다만, 책머리에 '제품 주의'나 '경고문' 같은 게 있으면 좋을 듯싶다. '유부남·유부녀는 읽을 수 없습니다.'

전경린은 주인공을 통해 말한다. "결혼이 무산되었을 때 삶의 난폭함을 알게 되었다 삶이란 강철과 시멘트의 유리로 지어진 냉혹한 인공물이었다. 그에 비하면 사랑은 거품이고, 구름이고, 종이배이고, 새의 깃털이고, 아이스크림이었다."

예술 잡지 기자인 '나'는 큐레이터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좀처럼 불타는 로맨스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방송국 PD 출신 남자의 저돌적 '대시'에 마음과 몸을 연다.

연합뉴스


여자의 연애사에는 '동시성 법칙'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다."

'나'는 고민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쳐흐르는 육감적이고 야성적인 남자와 애틋하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사이에서. 후자의 남자와는 오랫동안 스킨십조차 없는 플라토닉한 관계가 유지됐다.

그러는 동안 '나'와 남자들의 삶에는 각자 여러 가지 소용돌이가 치고, 이들의 관계는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장수 록그룹 부활의 명곡 '네버 엔딩 스토리'를 틀어놓고 읽으면 좋을 만한 소설이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전경린은 작가의 말에서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사랑을 담아 보았다.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관심,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특별한 관대함이 테두리를 이어 가지만 중심은 비어 있는 사랑"이라고 했다.

전경린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대표적인 국내 여성 소설가 중 한명이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천사는 여기 머문다' 등과 장편 '열정의 습관', 황진이', 엄마의 집', '해변 빌라' 등을 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현진건문학상, 대한민국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21세기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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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소설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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