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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통합우승 재도전' 박미희 감독 "1위에서 6위로 떨어진 때 잊지 않고 있다"[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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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지난 13일 용인의 흥국생명연수원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용인 | 정다워기자


[용인=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흥국생명의 새 시즌 목표는 당연히 통합우승이다.

박미희(56) 흥국생명 감독은 지난 시즌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10년 만의 일이었고, 통합우승은 12년 만에 달성한 것이었다. 박 감독은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팀의 우승을 이끈 여성 지도자로 역사에 남았다. 대단한 시대를 마감하고 박 감독은 이제 차분하게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바로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이다. 쉽지 않은 미션이긴 하다. V리그 여자부는 평준화 속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감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만난 박 감독은 “다들 팀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 순위는 의미가 없다. 우리도 1위에서 6위로 떨어진 때가 있다”라며 긴장감 속에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걱정보다 기대가…”

박 감독은 “이제 6년째인데 비시즌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때가 있나 모르겠다. 갑자기 눈 뜨니 새 시즌이 오고 있다”라며 정신 없이 비시즌을 보냈다고 했다. 감독의 숙명인 스트레스, 압박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는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다. 우리 선수들이 지난 시즌보다 얼마나 더 잘할까 기대된다”라며 “훈련도 즐겁게 하고 있다. 못할 때도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박 감독은 인터뷰날 선수들이 휴가를 가고 싶다고 ‘민원’을 넣자 큰 고민 없이 훈련을 취소하고 휴식을 줬다. 개막을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이었지만 과감하게 선수들의 뜻을 들어줬다. 박 감독은 “하루 쉬고 오면 더 잘하지 않겠나. 제가 너무 선수들을 압박하면 더 안 될 것 같다. 편하게 해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1위에서 6위로 떨어진 시즌 기억해”

지난 시즌 통합우승이 다음 시즌 선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지난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2017~2018시즌 꼴찌로 추락한 시기를 잊지 않고 있다.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한 시기였다. 박 감독은 “그때를 잊지 않고 있다.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다음 시즌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팀들도 보강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규리그 우승팀의 승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우리도 지난 시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감독은 남자부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처럼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팀들을 보며 영감을 얻곤 한다. 그는 “그 팀들은 왜 그렇게 강한 면을 유지하는지 궁금하다. 대단하다. 그런 팀들처럼 우리도 플레이의 폭을 넓혀 강팀 이미지를 꾸준히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새 시즌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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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을 차지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과 이재영이 지난 3월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상식 후 우승공약인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천 | 최승섭기자


◇“대표팀 경기 보며 재영이 왜 교체 없나 걱정”

흥국생명의 키플레이어는 단연 이재영이다. 정규리그, 챔피언 결정전 MVP인 이재영은 비시즌 내내 대표팀에 가 있느라 흥국생명 선수들과 훈련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박 감독은 “중계를 통해 대표팀 경기를 많이 봤다. 다른 분들은 경기를 봤겠지만 저는 재영이가 언제 교체되는지만 봤다”는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 이어 “재영이가 너무 많이 뛰어서 무릎이 많이 붓는다. 물도 차고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걱정을 좀 했다”라며 이재영의 몸 상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이재영을 향한 박 감독의 믿음과 기대는 확실하다. 그는 “재영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한다. 저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배구 생각만 한다. 몸을 저렇게 안 사려도 되나 싶을 만큼 헌신적이다. 재영이가 복귀한 후 팀도 안정이 됐다. 재영이가 팀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인데 대표팀에서 돌아오니 확실히 팀이 더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조송화, 기다리면 된다”

흥국생명 주전 세터 조송화는 박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워낙 비중 있는 포지션이라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시즌 조송화도 마찬가지였다. 박 감독은 “저는 송화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 세터는 20대 후반을 지나야 꽃을 핀다. 지금 내리는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고 본다.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통합우승 주전 세터다. 경험이 부족해도 자질을 갖고 있다. 이제 배구 맛을 알아가고 있다.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분명히 대표팀에 갈 기회도 올 것”이라며 조송화의 다음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또 “사람들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송화도 마음을 더 단단히 먹고 새 시즌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남겼다.

◇“여성 감독? 끝까지 갈 생각 없다…갈 수 있는 데까지만”

박 감독이 가면 역사가 된다. 또 우승하면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여성 지도자가 된다. 박 감독은 자신의 발걸음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이제는 편해졌다. 감독도 도전하는 자리니까 저도 도전하려고 한다”라면서 “제가 반드시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면 다음 주자가 또 바통을 이어 받지 않겠나”라며 담담하게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코치,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정말 어려운 부분이 선수, 스태프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우리 팀 사람들이 정말 잘 따라준다. 소통이 잘 되는 게 우리 팀의 힘”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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