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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팀장칼럼] 황당한 기재부 유튜브, 정책홍보인가 정치선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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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를 취재하기 위해 주거지를 세종시로 옮긴 이후, 사람들을 만나거나 취재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KTX 열차를 타고 내리기 위해 들르는 서울역은 생활을 위해 거치는 관문(關門) 같은 공간이 됐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관문을 지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잦아졌다. 서울역 개찰구 전광판을 통해 ‘기획재정부’ 로고가 찍혀있는 동영상을 보고 나서부터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제작됐다는 이 동영상은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씨가 등장한다. 이 영상은 기재부 공식 유튜브 계정에도 올라가 있다.

강 씨가 출연한 동영상은 "국가채무 40%가 넘으면 국가부도가 맞습니까. 재정적자 사상최대라는 데 이게 진짜 실화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버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채무비율 40%가 넘으면 국가부도 사태가 날 것’이라는 비상식적은 주장은 어디에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계속됐다. "공무원 연금 주느라 국가재산 거덜 났다. 그리스처럼 곧 대한민국 국가부도 난다. 이런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10분 남짓 분량의 동영상은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재정 확장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보도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조롱하는 듯 하는 느낌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들의 걱정이 많은 건 사실이다. 현 정부 출범 전 400조5000억원(2017년)이었던 정부 예산은 내년에는 513조5000억원으로 3년 사이에 113조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감당하기 위해 적자국채를 사상최대인 60조원 발행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2017년 670조원에서 내년에는 805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7.1%, 내년 39.8%를 거쳐 2023년에는 46.4%로 수직상승한다.

정부 재정지출과 국가채무가 이런 속도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 관리를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정부는 세금 등 수입 증가율이 감당하는 범위 내에서 지출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국가채무비율을 40% 내외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는 정부 스스로 정한 원칙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수퍼 예산으로 대응했지만, 이 원칙은 지켰다. "우리나라만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한 문재인 대통령(5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게 ‘원칙을 무너뜨려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

’불황탈출, 일본경제에서 찾은 저성장의 돌파구‘라는 책을 쓴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40%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버블이 붕괴한 일본의 채무비율은 GDP대비 50%였으나, 불과 9년 뒤인 2000년에 100%를 넘었고, 100%에서 200%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도 11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GDP의 250%인 일본과 달리, 가계 순금융자산이 GDP 대비 100%인 한국은 국가채무비율이 70%만 돼도 한국 정부 채권의 안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서울역 개찰구 전광판에서 방송되고 있는 강성태씨 출연 기재부 유튜브 동영상. / 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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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씨가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때도 화제가 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 동영상 제작에 1900만원을 지출했으며 강씨는 유튜브 1회 촬영조건으로 700만원을 받았다. 심 의원은 "기재부가 비전문가를 통해 국가 예산과 채무 등의 내용을 왜곡해 편향적으로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로고가 찍혀있는 이 동영상은 정책홍보일까, 정치선동일까. 요즘도 서울역 전광판에 나오는 '강성태 동영상‘을 볼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정부 홍보물이 비판 여론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하나, 하나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분이다.

정원석 정책팀장(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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