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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ech & BIZ] 자율주행 장난감 따라 "멍멍", 원격 레이저 쫓아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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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로보이'가 지난달 출시한 '츄로'는 반려동물을 위한 인공지능(AI) 장난감이다. 동물 뼈 모양의 생김새에, 바퀴가 달려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또 센서를 통해 반려동물의 움직임과 운동량을 분석해 이에 맞춰 굴러다닌다. 예컨대 반려동물이 잘 움직이지 않아 운동 부족이 우려되면, 츄로가 활발히 움직여 운동을 유도한다. 로보이 측은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내장해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쉽게 질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츄로의 중앙부에는 간식통이 있어, 반려동물이 이를 건드리면 사료가 나온다. 미국의 스타트업 펫큐브가 내놓은 '바이트'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다. 주인은 이 제품에 달린 원격 카메라로 집에 홀로 있는 반려동물과 대화를 하며 놀아줄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마치 사람이 먹이를 던져주듯 사료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업체는 붉은 레이저를 쏘아 고양이와 놀아주는 장난감 상품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주인이 조종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 등에서 반려동물이 집에 홀로 남는 경우도 많다. 주인과 오래 떨어져 지내는 반려동물 상당수는 우울증이나 무기력증·분리불안 등을 겪으면서 집 안을 어지럽히거나 집기를 물어뜯는 비정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실시간 음성·데이터 전송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집에 남은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펫테크(Pet-Tech)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놀아주고 먹여주고, 배설물도 처리

펫테크 시장은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해왔다. 세계시장의 약 80%를 미국이 차지한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는 미국 펫테크 시장이 지난해 2억3300만달러(약 2760억원) 규모에서 2021년에는 3억6000만달러(427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른바 '동물 복지'라는 관점에서 펫테크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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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최근 다양한 펫테크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구루아이오티의 '페디'는 스마트폰을 통해 집 밖에 나가 있는 주인이 집에 있는 반려동물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또 온도·습도·소음 센서가 장착돼 집 안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짖거나 우는 것을 감지할 수도 있다.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제품도 있다. 미국 스타트업 뉴튼스박스가 내놓은 '아이누박스'는 센서 기술을 반려동물의 배변에 접목한 제품이다. 배설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을 감지해 배설물을 자동으로 비닐로 포장해 집 안에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한다. 강아지를 위한 소음 차단 기술도 등장했다. 자동차업체 포드는 자동차와 헤드폰에 쓰이는 소음 차단 기술을 활용해 소음으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하는 집을 개발했다. 포드 측은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청각이 예민한 반려동물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개는 사람보다 소음에 16배나 민감하다.

사료 그릇에 AI 카메라를 탑재해 반려동물을 구분해 밥을 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각 사료 그릇을 정해진 반려동물 외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해 힘센 특정 개체가 사료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휴니비아이티는 반려동물의 귀 정맥을 촬영해 각 스캔 이미지에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하는 서비스도 내놓았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동물 식별을 위해 몸 안에 동물 등록용 칩을 삽입하지 않아도 된다.

◇축산 분야로도 확대되는 펫테크

반려동물을 위해 개발된 펫테크는 최근 축산 분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스막텍'은 삼킬 수 있는 센서와 AI 기술을 이용, 원격으로 젖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스막텍의 센서는 젖소의 두 번째 위(벌집위) 속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젖소의 체온과 움직임, 위내 산도(酸度) 등을 계속 관찰한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소가 무선 탐지기 근처에 오면 자동으로 컴퓨터에 전송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젖소가 더위에 지치거나 조기 분만 징후를 보이면 최대 15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소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기 전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져 항생제 사용을 15~30%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스타트업 캐인투스도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젖소 상태를 살피고,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젖소의 몸 상태가 악화하는 상황을 파악해 농민에게 경보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했던 중국에서는 최근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 농가 돼지의 얼굴을 분석해 질병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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