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이후 우리 대통령들은 수십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형 사고, 인사(人事) 실패, 가족 등 측근 비리, 대선 공약 파기, 정책 실패 등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사과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취임 후 첫 '사과'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었는데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전 정부 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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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제주 4·3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베트남을 찾아 국군의 참전을 사과했다. 1980년 신군부의 불교 탄압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5·18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일본 방문 때는 재일동포 간첩 사건을 사과했다. 이 중 자신이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전부 전임 대통령 시절 문제를 대신 사과한 것이다. 어제는 부마 항쟁 기념식에서 "유신 독재의 피해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남이 한 일을 사과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누구나 백 번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과라기보다는 그 일을 한 사람을 공격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는 인색하다. 밀양 화재 때 "죄송하다"고 하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불이행에 대해 사과한 정도다.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도 사과했지만 야당 공격이 주목적이었다. 개각 때마다 인사 참사가 벌어졌지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해놓고 일자리 참사가 벌어졌는데 사과하지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밝혀졌는데 사과하지 않고 그의 등을 두드려 내보냈다.
▶조국과 같은 파렴치 위선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서 "국민 사이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 한마디 다음엔 언론 탓, 검찰 탓이었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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