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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더 길어진 CJ컵 6번 홀… 페어웨이 좁게, 러프는 깊게… 제주서 버디 파티는 꿈도 꾸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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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 코스 어떻게 변했나]

300야드 지점에 벙커 놓이도록 티잉 구역 39야드 뒤쪽으로 밀어… 전체 홀 길이 456→495야드로

김시우 "뒷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누구도 벙커 넘기기 쉽지 않을 것"

조선일보

신인상 트로피 전달받은 ‘마당쇠’ 임성재 - 미 PGA 투어 CJ컵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PGA 투어 신인상 트로피를 전달받은 임성재는 “올 시즌도 지난해처럼 35개 대회에 출전하겠다”며 “PGA 투어에서 뛰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합뉴스


17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총 상금 975만 달러, 우승 상금 175만5000달러)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은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를 돌며 코스를 꼼꼼하게 살폈다.

까치발 장타자 저스틴 토머스(26·미국)는 2년 전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올해까지 3회 연속 출전하고 있다. 외국 선수 중 코스를 가장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드라마틱하게 변한 6번 홀(파4) 때문에 동료들이 연습 라운드에서 애를 먹었다"며 "6번 홀이 초반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디 잔치' 6번 홀이 지옥 변신

6번 홀은 지난해까지 버디를 노려볼 만하고, 파는 무난한 '만만한 홀'이었다. 2017년 홀 평균 스코어가 4.035타로 18개 홀 중 난도 13위였다. 지난해는 홀 평균 스코어 3.974타로 난도 11위였다. 하지만 올해는 타수를 잃기 쉽도록 만들어져, 이글과 버디 쇼보다 PGA 투어 프로들의 '생존 능력'을 지켜보는 곳이 됐다.

PGA 투어 측은 지난해 대회 코스를 평가한 뒤 올해 6번 홀 티잉 구역을 지난해보다 39야드 뒤쪽으로 밀어 작년 456야드였던 전체 홀 길이를 495야드로 늘렸다. 페어웨이 중앙에 있는 '돼지코 벙커(벙커 2개가 돼지코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별칭)'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지난해까지는 출전 선수 대부분이 이 벙커를 가볍게 넘긴 뒤 웨지로 그린을 공략했다. 하지만 올해는 드라이버 비거리(지면에 닿기 전까지 날아간 거리) 300야드 지점 근처에 벙커가 놓이게 됐다. 김시우는 "뒷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 있게 벙커를 넘기기 쉽지 않다"며 "벙커 앞에 안전하게 티샷을 하면 그린까지 200야드가 넘는데 연습 때 6번부터 4번 아이언까지 잡아봤다"고 했다. 그는 "6번 홀 효과로 평균 스코어가 지난해보다 1~2타 이상 높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6번 홀은 돼지코 벙커 너머 페어웨이 폭도 23야드로 좁혀 놓았다.

페어웨이 놓치면 '잔디 늪'

토니 맨쿠소 PGA 투어 코스 매니지먼트 디렉터는 6번 홀에 변화를 준 이유에 대해 "선수가 돼지코 벙커를 넘길지 말지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등 다양한 코스 운영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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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7번 홀(파3·176야드) 티잉 구역을 두 개로 해 번갈아 사용하게 한 것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까지 티잉 구역에서 그린을 세로로 길게 공략할 수 있었는데, 올해 새로 조성한 또 하나의 티잉 구역에서는 그린 앞뒤가 짧아 공을 올리기 어렵게 했다고 한다.

맨쿠소는 PGA 투어의 코스 조성 원칙에 대해 "18개 모든 홀을 동일한 조건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선수들이 페어웨이나 그린을 놓쳤을 때 페널티를 주기 위해 러프 관리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페어웨이 잔디 7㎜(평소 9㎜), A러프 30㎜(평소 25㎜), B러프 100㎜(평소 44㎜)로 조성했다. 그린 스피드는 11.6피트로 했다. 필 미켈슨은 "그린 경사와 빠르기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켑카와 토머스 "내가 우승"

이 대회는 첫해 토머스에 이어 지난해 '수퍼맨' 브룩스 켑카(29·미국)가 우승하며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라는 평을 들었다. 제주 나인브릿지는 전장 7241야드(파72)로 PGA 투어 코스 중 그리 긴 코스가 아니다. 300야드 이상 장타자가 즐비한 PGA 투어 선수들이 티샷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홀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PGA 선수들도 좀처럼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제주 바람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바람이 강했던 첫해 토머스는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는데, 바람이 잠잠했던 지난해엔 켑카가 무려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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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토머스와 켑카는 모두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후 세계 랭킹 1위에 처음 올랐던 켑카는 "제 마음에 특별하게 남아 있는 제주에서 다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작년처럼 바람을 잘 파악해 코스 전략을 짜겠다. 타이틀을 방어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2017년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토머스는 "세계 1위 켑카는 정말 이기기 어려운 상대지만, 켑카 역시 나를 꺾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둘이 우승을 놓고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머스는 PGA 투어가 꼽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토머스는 지난 8월 BMW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PGA 투어 10승 중 3승을 아시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거뒀다.

[제주=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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