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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66일 혼란' 수습책 없이… 文대통령 "검찰개혁 나에게 직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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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靑, 법무부 간부들 이례적 호출… 일정 미리 알리고 사진 공개

'검사 감찰' 특히 강조… "아주 강력한 자기정화 기능 마련하라"

전문가 "40% 핵심 지지층만 있으면 총선 승리한다 판단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조국 검찰 개편안'의 조속한 이행을 직접 지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이날 면담 일정을 언론에 사전 공지하고, 대면 보고 장면도 공개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 검찰 개편안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10월 이내'라는 시한도 못박으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전례 없이 검찰 개혁을 다그치는 데에는 '서초동 촛불'로 대변되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한·미 FTA 결정 등으로 핵심 지지층이 돌아서고 그에 따라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을 지지했던 핵심 지지층 40%만 있으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 오히려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거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검찰 개혁보다 경제 살리기나 한·미 동맹, 한·일 관계 등 더 시급한 사안이 많다"는 반론이 나온다.

조선일보

文대통령,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서 황교안 대표와 악수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입장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부산·경남(PK) 지역 방문은 이날 행사 참석을 포함해 올 들어 11번째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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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50분간 면담에서 김 차관에게 "지금 검찰 개혁은 아주 시급한 과제"라며 "장관 대행으로서 내가 장관 역할을 다한다. 장관 부재(不在)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역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에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며 "(상황을) 직접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 차관이 아주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다"며 여러 차례 김 차관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김 차관에게 검찰 개편과 감찰 강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검찰 개편과 관련해 "조국 장관이 사퇴 전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은 이미 이뤄진 것도 있고 앞으로 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며 "국무회의 의결을 완결하는 절차를 늦어도 10월 중에 다 끝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검찰 특수부 축소와 심야 수사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대통령령 개정에는 일반적으로 입법 예고와 차관 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건너뛰면서 졸속 논란이 제기됐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해야 할 미완료 개편 과제도 10월 내에 국무회의 의결까지 완료하라고 했다. 사실상 2주 내에 끝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발표된 개혁안 외에 추가적인 개혁 방안이 있다면 법무, 검찰개혁위에서도 제시하고 검찰도 이런저런 개혁 방안을 스스로 내놓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저에게 보고해주시고 그 과정에서 검찰 의견도 수렴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감찰'에 대해선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검 자체의 감찰 기능이 있고, 법무부에도 2차적인 감찰 기능이 있다"며 "지금까지 보면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도 또 "저에게 직접 한 번 보고해달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중 특감반의 사찰 논란에 대해 "사찰은 불법이지만 감찰은 합법"이라며 휴대폰 압수 등의 정당성을 강조했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조직에 대한 기본적 불신이 깔린 언급"이라며 "법무부 감찰권 강화를 통해 검찰총장을 견제하고 검사들을 통제하려는 포석이 엿보인다"고 했다. 법무부가 이날 공석이던 대검 감찰본부장에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한동수 변호사를 임명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관측이다.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사퇴 직전 그 자리에 제청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변호사가) 판사 출신이기 때문에 검찰과 거리를 두고 감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도 개혁의 주체'라고 밝혀 왔는데, 지난달 30일 조국 전 장관의 업무 보고 때처럼 이날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부르지 않았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윤 총장에 대한 불편함이 반영된 것"이란 말도 나왔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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