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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제2의 김연아’ 이해인, 행복한 스케이터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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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 둘

성적·실력·스타일 김연아 빼닮아

기술 전쟁터 피겨서 표현력 승부

뮤지컬 음악 즐기고 책과 함께 해

중앙일보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깨무는 시늉을 하는 ‘제2의 김연아’ 이해인.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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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9) 이후로 수많은 ‘제2의 김연아’가 등장했다. 그중 14세 시절 김연아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수가 있다. ‘피겨 샛별’ 이해인(14·한강중)이다.

이해인은 지난달 열린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여자 싱글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낸 건 14년 만이다. 김연아가 만 14세였던 2004~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 시즌의 일이다. 이해인도 같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해인을 16일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만났다. 얼굴은 조막만하고 팔다리는 길었다. 머리 일부를 땋아 하나로 묶은 건 그 시절 김연아를 연상시켰다. 그는 “엄마가 곱게 땋아주셨다. 평소에는 외모에 잘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정말 그 시절 김연아를 닮은 것 같다”는 기자 말에 그는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기쁘고 계속 그렇게 불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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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시간에 연기를 펼치는 모습.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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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은 ‘연아 키즈’다. 그런데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에는 피겨를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그때 제가 몇 살이었죠”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5세. 기억 못 할 수밖에 없다. 그로부터 3년 뒤인 8세 때, 서울 잠실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김연아 영상을 봤다. 피겨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3년에 연아 언니 레미제라블 연기를 보고 주 중에도 훈련을 시작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시간 맞춰 TV 중계로 봤다”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감탄했다. 절대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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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시간에 연기를 펼치는 모습.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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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은 김연아처럼 뛰고 회전하면서 하루 4~5시간을 빙상장에서 지냈다. 그 외 시간에는 오래달리기, 스트레칭 등 지상훈련을 했다. 일주일에 6일을 그렇게 생활한지도 벌써 7년째다. 2년 전에는 양 발등에 피로골절이 왔지만, 꾹 참고 훈련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이날도 몸을 풀고 조금 늦게 빙상장에 섰는데, 시계를 확인하더니 “어휴, 3분이나 늦었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반에서 계주 마지막 주자로 뛸 만큼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스케이팅은 더 빨라서 재밌다. 바람이 내 몸을 스치는 그 느낌이 시원하고 자유롭다”고 말했다. 머릿속으로 스케이팅하는 것마냥 이해인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현재 세계 피겨는 고난도 점프 전쟁 중이다. 여자 선수들도 우승을 위해 트리플 악셀(3바퀴 반) 점프를 뛴다. 그래도 이해인은 무리하게 기술 훈련에 매달리기보다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트리플 악셀을 뺀 모든 3회전 점프를 뛸 수 있다. 트리플 악셀은 계속 연습하고 있다. 완성도가 높지 않은 상태로 대회에서 시도하는 것보다, 현재 가장 잘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택은 옳았다.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를 뺀 나머지 요소에서 최고인 레벨 4를 받았다. 점프도 전부 깨끗하게 뛰었고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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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아’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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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강점은 김연아처럼 빼어난 표현력이다. 아직 10대이지만 표정과 손끝 처리 등이 인상적이다. 그는 “연아 언니가 일주일에 한 번 안무 수업을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지난 3월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평소 뮤지컬을 보고 책을 읽는 것도 피겨에 도움이 된다. 그는 “레베카, 위키드, 맘마미아 등 뮤지컬 음악을 많이 듣는다. 아이돌 음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소설, 판타지, 시 등도 좋아해 엄마 차에 6~7권씩 놓고 이동 중에 읽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말도 참 잘한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스케이트 타는 선수”라고 대답했다. ‘우승하는 스케이터’가 아니라 ‘행복한 스케이터’다. 그는 “물론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잘하고,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도 나가고 싶다. 그래도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아주 오랫동안 피겨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피겨를 사랑하는 열네 살 소녀가 또 있을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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