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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文정부 대북 저자세 만연… 할 말 해야 오판 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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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그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섬 함박도의 북한 군사시설에 대해 “위협적”이라며 “유사시 초토화할 수 있도록 화력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서북 도서 방위를 책임지는 해병대 일선 부대가 북한의 함박도 군사기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해온 것과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군 수뇌부가 그동안 남북관계를 고려해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군축·국제안보 사안을 다루는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얻고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1년여간의 비핵화 협상 와중에 핵시설을 가동한 행위도 지적하지 않았다.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는 “북한이 비핵화를 성취하길 진정 희망한다”고만 했다. 이번 회의에서 영국·프랑스·일본 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질까 봐 우리 정부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까지 눈감아 준 셈이다.

그제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예선 한국-북한 경기는 TV 생중계도, 관중도 없는 상태로 진행됐다. 북한은 우리 측 응원단과 취재진의 입북도 거부했다. 우리 국민은 ‘깜깜이’ 경기 상황을 몇 단계나 거쳐 단편적인 문자 메시지로 전해 들어야 했다. 영국 BBC는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축구 더비”라고 비꼬았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북한축구협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선처만 바라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아쉽고 안타깝다”고 밝힌 게 전부다.

정부 외교안보 부처에 대북 저자세가 만연한 결과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해 북한 눈치만 보니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지난 2년여간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을 들여온 것을 생각하면 최근 북한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의 상습적인 어깃장과 생떼에 눈 감지 말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할 말은 해야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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