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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SC] 소·돼지가 질투하는 고소한 맛 양고기! 양고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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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최근 양고기 전문점 늘어

램, 머튼으로 나뉘는 양고기

가지, 감자가 짝꿍

양고기 정육식당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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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은 이제 문화다. 심지어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가 된 지 오래다. 모임에서 메뉴의 유래나 식재료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식도락가가 늘면서 외식업체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고깃집도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최근 양고기 전문점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우리가 양고기에 대해 아는 바는 적다. 국내에는 양고기 전문 축산 농가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도 현재 양고기 연구가는 없다. 제대로 알고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다. 양고기 궁금증을 총정리했다. 콘래드 서울 ‘아트리오’의 황지훈 셰프, 오스트레일리아축산공사 등의 도움을 받았다. <풍미사전>·<음식과 요리> 등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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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종류가 다양한가?

‘어린 양’이 성경에서만 귀한 대접을 받는 게 아니다. 요리사들에게 인기 있는 양고기는 생후 1년7개월 이하인 ‘어린 양’이다. 양은 ‘어린 양’인 램과 머튼으로 나뉘는데, 머튼은 생후 1년7개월 이상인 나이 든 양을 말한다.

유럽의 양은 식용보다는 젖과 털을 제공하는 용도다. 우리가 먹는 양고기는 주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수입한 것이다. 매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들어오는 양고기는 늘고 있다. 2013년 4168톤이었던 수입량이 2018년엔 1만6164톤으로 4배 늘었다. 국내 유통되는 양고기 90% 이상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한다. 미식의 욕망은 끝이 없다. 머튼에 견줘 고기의 질이 우수하고 양 특유의 냄새가 적은 ‘어린 양’은 더 촘촘하게 분류해 가격을 책정하다. 어릴수록 맛이 좋다. ‘밀크 램’, ‘핫 하우스 램’, ‘스프링 램’, ‘이스터 램’ 등으로 나뉜다. 머튼이라도 2~3주 숙성하면 풍미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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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부위가 궁금하다

양고기도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여러 부위로 나뉜다. 지방이 적고 근육질인 목살, 갈비새김(랙), 안심, 등심, 단맛이 나는 지방이 있는 어깨살, 단맛 나는 지방과 감칠맛이 그윽한 가슴살, 뱃살, 다릿살 등으로 분류한다.

목살은 스튜나 햄버거에, 양고기의 대표 부위인 갈비새김은 구이나 튀김에, 안심과 등심은 스테이크나 꼬치 요리에, 어깨살은 전골 등에, 뱃살은 전골과 중국요리에, 다릿살은 푹 삶는 요리나 튀김, 볶음, 구이 등에 쓰인다. 어깨살은 운동량이 많은 부위이기에 오랫동안 조리하는 요리에 적합하다. 역시 최고는 갈빗살이다. 갈비 한 대나 두 대를 포함해 자른 살로, 허릿살을 포함한 등살까지 이어지는 부위다. 바삭하게 구운 양갈비 구이는 탱탱한 속살과 어우러져 풍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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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은 특유의 냄새가 난다

고릿한 양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식재료 자체를 그대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부감 없이 먹기도 한다. 냄새는 램보다는 머튼에서 많이 나는 편이다. 양은 나이 들수록 냄새가 강해지는데, 지방 때문이다. 동물은 나이 들수록 지방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 풀이나 여물을 뜯어 먹고 자란 축산물에서는 스카톨(skatole)이 생긴다.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이다. 그윽한 고기 맛을 내는 건 다 스카톨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양은 스카톨과 지방이 묘하게 결합하면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양 지방은 소나 돼지와 다르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양고기 전문점 ‘벽돌집’의 주인 김성수(59)씨는 “설거지를 해보면 다르다. 다른 고기의 지방은 세제를 사용해야만 씻을 수 있는데, 양 지방은 뜨거운 물만 부어도 깨끗이 씻긴다”고 한다.

양고기 음식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터키에는 시시케밥이 있다. 양고기나 소고기 등을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잘라 갖은 채소와 함께 꼬치에 꽂아 구워 먹는 음식이다. 먹기가 간편하고, 채소와 고기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인기다. 터키나 그리스 등에 사는 이들이 먹는 무사카(양고기, 소고기, 가지 등을 섞고 치즈 등을 얹어 구운 음식)도 양고기가 재료다.

중국의 양고기 요리는 다양하다. 너른 중국에선 지역마다 특이한 양고기 요리가 많다. 요즘 인기 있는 훠궈도 양고기가 재료다.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는 양꼬치다. 7~8년 전부터 ‘건대 양꼬치 골목’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다. 이젠 집 앞까지 양꼬치 전문점이 들어선 형국이다.

러시아엔 샤슬릭이 있다. 시시케밥과 비슷한데, 꼬챙이가 굵고 길다. 고기도 좀 더 큼지막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양머리를 잘라 조리하는 음식인 스말라호베(smalahove)를 크리스마스 명절 때 먹는다. 전통 음식이다. 핀란드에는 양고기, 소고기, 딜(하브의 일종), 크림 등을 함께 조리해 먹는 음식이 있다. 그리스엔 ‘마게리차 수프’(양고기 내장과 딜과 섞어 조리하는 음식)가 있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양고기 스튜에 땅콩을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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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맛있게 조리하는 법은?

‘벽돌집’에선 부위별로 포장한 양고기를 판다. 주인 김성수씨는 “최근엔 업장에서 구워 먹기도 하지만,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사서 집에서 조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양고기 조리의 핵심은 냄새를 없애고, 지방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양고기 요리에 가지를 많이 쓰는 이유엔 지방이 있다. 스펀지 같은 가지가 양고기 지방을 쏙 흡수해 맛을 내는 것이다. 가정에서 양고기를 조리할 때 가지와 함께 구우면 맛있다. 감자도 가지와 비슷하다. 양 기름이 스며든 감자는 맛깔나다. 레몬, 고수, 식초와 각종 허브 등은 냄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레스토랑에 가 고기 요리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고기 익히는 정도를 묻는다. 소고기를 먹을 때 핏기가 남아있는 레어(rare·핏빛이 있을 정도로 익힘)를 선택하는 미식가가 많은데, 양고기는 미디엄 레어(medium rare·약간 덜 익힌 정도)나 바싹 익힌 웰던(well done·완전히 익힘)이 맛있다. 가정에서 조리할 때도 미디엄 레어 이상으로 굽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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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만한 양고기 식당은?

최근 골목마다 넘쳐나는 게 양고기 전문점이다. 그중에서 독특한 곳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벽돌집’은 양고기 정육식당이다. 갈빗살, 어깨살, 안심 등 여러 부위를 한 번에 맛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부위도 있다. 주인 김성수씨는 양고기를 판 지 7년 되었지만, 15년 전부터 양고기를 연구한 전문가다.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한 ‘스프링 램’을 판다. 박씨는 “365시간 숙성하는 게 우리 양고기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직거래를 통해 가격도 낮췄다. 양고기를 넣어 끓인 보양탕도 있다. (8000~2만9000원·양등심과 양살치 200g이 2만원/송파구 가락동 83-8)

2016년 10월께 문 연 ‘아빠의 양식당’에는 갈빗살, 등심, 삼겹살 등이 있다. 주인 권영서씨는 “양 삼겹살은 우리 집에만 있는 것”이라고 자랑한다. 본래 홍익대 근처에서 한 양고기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했었다. 임대료 문제 등으로 현재 장소로 이사했다고 한다. 양육개장, 양어묵탕 등 해장에 좋은 독특한 메뉴도 있다. (1만8000~2만5000원/합정동 3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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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서울의 레스토랑 ‘아트리오’에서는 31일까지 ‘아트리오 램 트리오’ 이벤트를 한다. 허브를 얹어 조리한 양갈비구이(3만9000원), 이탈리아 전통식인 오소부코를 양고기로 만든 ‘양 정강이 오소부코’(3만5000원), 양고기 스튜(3만3000원) 등이 파는데, 맛깔나다.

이 밖에 여러 방송에 소개된 ‘이치류’와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야스노야’,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램랜드’ 등에 가볼 만하다. ‘건대 근처 양꼬치 골목’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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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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