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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책임 통감 단 1명도 없고 조국 위로만"... 이제야 터지는 與의 책임론·자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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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의원 "국정 책임 더 큰 여당 책임 느껴야⋯그런데 조국 위로만 하고 있어"
김해영 최고위원 "국회 제 역할 못 해 국민께 송구"
이철희 의원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내년 총선 불출마"

조선일보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김해영·이철희 의원/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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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와 관련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시점이라서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하락세에 접어든 정부·여당 지지율이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 쇄신 요구가 더 터져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론 추이에 따라 사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조 전 장관 후임 인선 과정에서 중폭 이상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교체 요구도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낸 3선의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국(전 장관)은 갔다"면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후안무치한 인간들 뿐이니 뭐가 달라 지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두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조 전 장관 사태가 그의 사퇴로 1막을 내렸지만, 정국 마비와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조 전 장관 사퇴 후 여당에서 책임론을 공개 거론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통화에서 "여야가 서로를 죽이는 정치를 하니 국론도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로 양분됐다"며 "여야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하지만, 국정 책임이 더 큰 여당이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논란을 야기한 조 전 장관이 물러났는데 (여당 의원들이) '조 전 장관이 안타깝다' 위로만 하지, 국민에게 '잘잘못을 떠나서 나라를 어지럽게 해 여당으로서 죄송하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메시지가 없다"고 했다.

16일에는 당 지도부에서도 사과 목소리가 나왔다. 초선의 김해영 최고위원(부산 연제)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전 장관과 관련한 광화문·서초동 집회에 대해 "국회가 제 역할 하지 못해 국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집권 여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비례대표 초선인 이철희 의원은 전날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며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면서도 "지금의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도 야당 때 그랬으니까"라며 민주당에 대한 책임론도 거론했다.

여당 안에서 책임론은 제기하는 사람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여당 안에서는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지 얼마 안 된 데다 이번 사태가 여야 간 대치 국면으로 진행된 만큼 선뜻 지도부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사석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에도 두 달 가까이 사태를 끌어오며 민심 이반을 초래한 데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와 당을 이끄는 이해찬 대표 등이 책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때문에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적잖다"고 했다.

여당 내의 이런 목소리가 당장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청와대 참모나 여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과 가족 사모펀드, 일가(一家) 웅동학원 관련 비리 혐의를 상당 부분 규명해낼 경우 여론이 추가로 악화하면서 쇄신 요구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사법제도 개편과 민생입법을 내걸고 조 전 장관 국면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 야당 의원은 "민주당이 조국 사태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적폐청산' 프레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도덕적 우위를 상실한 만큼 조 전 장관 수사 결과와 경제 악화 여하에 따라 여당 내부의 이반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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