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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밥먹이고, 문제 유출까지... CJ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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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 PD 수첩 > 조작 의혹 및 대기업 수직 계열화 문제 공론화

오마이뉴스

▲ 지난 15일 방영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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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에서는 투표 조작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을 비롯한 Mnet의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실태를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제기된 투표 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경연곡 사전 유출, 몰아주기 편집, 기획사와의 유착, 합격자 내정설 등 Mnet 여러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50여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수직계열화로 대표되는 CJ ENM의 문화 권력 비대화의 문제도 함께 거론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아이돌 학교>가 아니라 '아이돌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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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방영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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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의 성공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 2017년 방송된 <아이돌 학교>는 당시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프로그램 내 잡음이나 의혹이 크게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날 < PD수첩 >이 폭로한 <아이돌 학교>의 실태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아이돌 학교>에 출연했지만 최종 그룹(프로미스나인)에 발탁되지 못한 연습생 이해인은 < PD수첩 >에 직접 출연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당시 <아이돌 학교>는 방송에 앞서 3000여 명의 소속사가 없는 아이돌 지망생들을 모아 1차 오디션을 치르고, 여기서 선발된 인원만 본 방송에 출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해인에 따르면, 3000여 명이 참가했던 1차 오디션은 그냥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이미 40여 명 출연자들은 일찌감치 내정된 상태였다. 이해인 역시 1차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이돌 오디션 특성상 <아이돌 학교>의 출연진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었으며 최연소 출연자는 무려 2005년생으로 초등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어린 출연진들에 대한 배려 없는 제작과 촬영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해인은 40명을 한꺼번에 수용했던 숙소 "'핑크빛 내무반'은 페인트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민한 연습생들은 피부병이 생길 정도였다"며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실내에서 찍으니 낮인지, 밤인지 몰랐다. 새벽 4시에 '1조 나와' 하면 나가고, (밥을) '먹어' 하면 먹었다"며 두 달 동안 하혈을 하거나 생리가 중단될 정도로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받았다는 당시 참가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해인은 방송 당시 1위 유력 후보였지만 투표 조작 의혹을 남기며 최종 탈락했다. 이날 < PD 수첩 >에서는 CJ ENM이 이해인에게 전속 계약을 제안하며 "1년 안에 데뷔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는 내용도 함께 소개됐다.

이러한 충격적인 내용들이 가득했지만 <아이돌 학교> 속 문제점은 지난 2년간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이해인의 아버지가 용기를 내서 인터넷상에 문제점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이들 내용들은 영원히 비밀처럼 묻혀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프로듀스X101> 온갖 비리의 총집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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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방영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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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 15일 방영분의 핵심은 역시 올해 방송된 <프로듀스X101>에 대한 내용이었다. 프로젝트 그룹 멤버를 최종 발탁하는 생방송에서 참가자들의 득표수에 일정한 규칙이 발견됐다든가, 특정 참가자에게만 분량을 몰아줬다는 등의 문제제기는 이미 여러 번 보도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투표수를 집계하는 담당 PD가 따로 있다는 것, 특정 소속사와의 유착 및 담합 의혹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연곡을 미리 입수한 해당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 일찌감치 그 곡으로 안무 훈련을 했다는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폭로돼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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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방영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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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충격적인 내용은 '센터'(무대의 가운데에 서는 멤버)도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변경됐다는 것이었다. <프로듀스X101>의 대표곡 '_지마' 무대는 방송에 앞서 연습생들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공개됐다.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대표곡 무대 영상을 통해 화제를 모은 출연자들은 대부분 인기를 끌게 되고 데뷔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프듀X>에 출연한 연습생은 "처음에 연습생들의 투표를 통해 이 무대의 센터 연습생을 뽑았고, 뽑힌 연습생은 (기뻐서) 오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갑자기 선정 방식을 바꾸겠다며 국민프로듀서(팬)가 직접 뽑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출연자는 이어 "누가 봐도 인기 있는 OOO가 (센터로) 뽑힐 줄 알았는데, 다른 연습생이 센터가 됐다"며 "다들 그때부터 (조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이미 최종 합격자 내정 및 인원 수가 정해져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날 < PD수첩 >에서 한 오디션 참가자는 "<프로듀스101> 시즌1 때 CJ에 있던 PD님이 MBK 대표님과 만났는데 'MBK 소속 연습생 두 명을 (최종 합격자에) 넣어주기로 해놓고 한 명만 넣어줬다'고 욕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연곡 파트 배분에도 제작진이 개입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경연곡 사전 유출도 충격적이었다. < PD수첩 >에서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이 일찌감치 곡을 알고 연습에 돌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연습생들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경연곡을 연습해 무대 위에 올라야 했는데, 경연곡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연습할 시간이 훨씬 길고 유리했다는 얘기다. 이는 시험 문제 유출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은 최종 데뷔조 합류에 성공했다.

< PD수첩 >이 제기한 각종 의혹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 기만 방송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화, 방송에 이어 음악 시장까지 CJ ENM 수직 계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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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방영된 MBC < PD수첩 > 'CJ와 가짜 오디션' 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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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정 감사가 진행중인 상임위 소속 의원 보좌관, 다른 기획사 종사자들의 익명 증언을 종합해보면 결국 각종 논란 중심에는 모기업 CJ ENM이 자리잡고 있다. CJ ENM은 영화, 방송뿐만 아니라 음악 시장에서도 막강한 문화 권력을 지닌 대기업이다.

중소 기획사와의 인수 합병을 통해 신인 개발, 기획까지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으며 자사의 방송 채널을 적극 활용해 이들의 인기와 화제성을 끌어 올렸다. 또한 공연 및 유통 시장에도 발을 담구면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건 바로 <프로듀스> 시리즈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대부분 그 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온갖 의혹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엑스원의 데뷔를 강행한 배경도 결국은 돈, 자본의 논리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기획사들의 비즈니스 논리가 공정해야할 오디션을 조작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 PD 수첩 >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의 경우 방송사가 연예 기획 및 제작 사업을 겸할 수 없도록 법적인 규제를 두고 있다. 방송 말미 < PD수첩 >은 유통을 장악한 대기업이 문화사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함께 거론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각종 조작 의혹과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요약하고 새로운 문제제기를 발굴해 낸 이날 방송은 충분히 시청자들의 공분과 호응을 동시에 끌어낼 만 했다. Mnet 제작진 및 관련 소속사들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입을 닫았다.

또한 많은 이들은 이러한 조작 및 담합 의혹이 그저 제작진 선에서만 진행된 일인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역시 같은 날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CJ 측은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제작진이 자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지 않을까.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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