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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삼성이 OLED를 OLED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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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송경화의 올망졸망

대형 LCD라인, OLED로 전환하며

“QD OLED 아닌 QD 디스플레이”

삼성전자 LCD QLED TV 선전하며

OLED 생산엔 선긋고 ‘비판’ 전력

‘퀀텀닷’으로 차별화 집중할 듯


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아산/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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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소의 대형 엘시디(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 라인을 대형 오엘이디(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인데요. 중국산 ‘저가’ 엘시디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뒤늦게 엘지(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던 대형 오엘이디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엘시디에 ‘큐디’(QD·퀀텀닷) 기술을 입힌 티브이(TV)로 현재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자회사의 전략 수정에 따라 차후 ‘큐디 오엘이디’ 티브이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투자 계획을 밝히며 ‘오엘이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심지어 ‘오엘이디’ 대신 ‘디스플레이’라고 표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큐디-오엘이디’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큐디-디스플레이’라고 불러달라는 것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오엘이디 외에도 큐디를 활용한 다른 기술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엘이디로 한정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에는 지난달까지도 “퀀텀닷과 오엘이디를 융합한 방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큐디 오엘이디’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게재돼 있었는데요. 지금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번에 투자 발표 땐 같은 그림에서 ‘오엘이디’란 표현을 뺀 채 제공했죠. 삼성이 이처럼 ‘오엘이디’란 표현을 극히 꺼리는 데에는 사정이 좀 있습니다.

오엘이디는 유기 물질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엘시디와 달리 백라이트(후방조명)가 필요 없는 패널이죠. 이로 인해 검은색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얇게 만들 수 있으며 돌돌 말 수도 있습니다. 오엘이디 티브이를 앞서 상용화한 엘지(LG)전자는 ‘올레드’라는 상호명을 사용하죠. 올 연말께 롤러블(말 수 있는) 티브이를 처음 내놓을 예정입니다. 지난해 티브이 시장의 98.9%(수량 기준)는 엘시디가 차지하고 있어 오엘이디가 아직 ‘대세’는 아닙니다. 대신 점유율이 커지고 있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가로 팔립니다.

사실 올레드 티브이를 가장 먼저 내놓을 뻔 한 곳은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55인치 오엘이디 패널을 공급받아 2012년 ‘삼성 오엘이디 티브이’를 내놓았습니다. ‘세계 첫 오엘이디 티브이’라고 홍보했죠. 그러나 대량 양산을 앞두고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수율(완제품 비율)이 낮아 손익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인데요. 곧이어 엘지전자가 올레드 티브이를 전격적으로 내놓으며 ‘오엘이드 티브이’ 진영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대형 오엘이디 패널을 독점 공급중이고, 엘지전자는 오엘이디 티브이 시장에서 62.2%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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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에 있던 큐디 오엘이디(QD OLED) 설명(왼쪽)과 이번 투자 발표때 삼성 쪽이 제공한 큐디 디스플레이 구조도. 오엘이디라는 표현이 빠져 있다.(※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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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는 엘시디에 ‘큐디’ 기술을 접목한 ‘큐엘이디(QLED)’ 티브이로 승부를 걸어왔는데요. 2016년 5월 김현석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사장)은 “대형 오엘이디 티브이를 안 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꼭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도 말하기 어렵다”며 생산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대형 오엘이디가 디스플레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도 했죠. 그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소비자가전(CE)을 총괄하는 사장입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큐엘이디 티브이’로 엘지전자의 올레드(OLED) 티브이와 수년간 경쟁하면서 오엘이디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는데요. 그간 ‘뱉어온’ 말이 무수합니다. 지금 와서 오엘이디의 우수성을 강조한다면 일정 부분 ‘자기 모순’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죠.

어제(15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윤 부회장은 오엘이디가 삼성의 ‘큐디 디스플레이’ 작명에서 이번에 빠진 데 대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최고의 화질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2021년부터 65인치 이상 ‘큐디 오엘이디’, 아, ‘큐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엘지디스플레이의 화이트 오엘이디(W-OLED)와 달리 큐디 컬러 필터를 통한 블루 오엘이디(B-OLED)라며 기술의 차별성을 앞세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화 단계에서 삼성은 이 대형 오엘이디 제품에 뭐라고 이름을 붙일까요? 현재 삼성전자의 ‘큐엘이디’라는 키워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엘시디인데 명칭상 소비자로 하여금 오엘이디로 오인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엘지전자가 신고했습니다. 아직 연구 단계인 미래 기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와 표기가 같다는 점도 문제를 삼고 있는데요. 공정위 조사 결과도 향후 삼성의 오엘이디 제품 명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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