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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푸른 눈 귀화 1호' 라던스키 "자부심 안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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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국적 취득, 세계선수권-올림픽서 맹활약

10년 이상 한국에서 뛴 라던스키, 마침표도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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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헌정 영상을 지켜보는 라던스키와 그의 아내 켈리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푸른 눈의 태극전사 1호' 브락 라던스키(36)의 은퇴식이 지난 12일 안양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안양 한라와 대명 킬러웨일즈의 2019-2020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은퇴식에서 라던스키는 준비한 원고의 3분의 2는 한국어로, 아내 켈리에게 바치는 마지막 3분의 1은 영어로 읽었다.

여전히 한국어 '스피킹'은 서툴지만, 그는 한국 팬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어눌한 한국어로 최선을 다해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그의 선수 커리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라던스키는 2008년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에 입단한 이후 한국에서만 10년 넘게 뛰었다.

그중 절반은 귀화 1호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무대를 누비며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비상을 이끌었다.

선수 생활의 마침표까지 한국에서 찍은 그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중요한 시기에 그 일원이 된 것에 행복하다"며 "여기에서 보낸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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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특별귀화로 국가대표가 된 라던스키
[연합뉴스 자료사진]



캐나다 온타리오주 키치너 출신의 라던스키는 유소년 시절부터 유망주로 손꼽혔다.

미국의 아이스하키 명문 미시간주립대에 재학 중이던 2002년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79순위로 에드먼턴 오일러스에 지명됐다.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라던스키지만 NHL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다.

NHL 입성에 실패한 라던스키는 2007년 해외로 눈을 돌렸고, 독일 1부리그(DEL)를 거쳐 2008년 한국 아이스하키의 명가 안양 한라와 계약했다.

라던스키는 안양 한라 유니폼을 입은 뒤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데뷔 무대였던 2008-2009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29골), 포인트왕(29골 28어시스트), 베스트 포워드를 싹쓸이했다.

2009-2010시즌에는 플레이오프 MVP(9경기 6골 7어시스트)에 오르며 한라를 아시아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아시아리그 정규리그 352경기에서 195골 2초90어시스트를 기록, 한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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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한민국 첫골 라던스키
2018년 2월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 대한민국 대 핀란드의 경기. 대표팀 라던스키가 핀란드를 상대로 첫골을 뽑아내자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대표팀 전력 강화책으로 당시 아시아리그 최고 공격수로 꼽히던 라던스키의 귀화를 추진했다.

라던스키는 기꺼이 수락했다. 한국인의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이가 태극마크를 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쉬운 결정이었다"며 "나는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고 싶었고, 세계선수권 등 큰 국제대회에서 뛰길 원했기에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 세계선수권 때만 해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이중국적인 선수는 나 혼자였다"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라던스키는 2013년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 태극마크를 달고 첫 출전해 5경기 3골 2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라던스키는 이후로도 총 5차례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27경기에서 7골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순항을 이어가던 라던스키는 2016년 12월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대에 올라 위기를 맞았지만 7개월여의 재활을 거쳐 재기에 성공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최다 포인트(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관록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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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락 라던스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에서 보낸 선수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그는 대표팀에서 한국 선수들과 공유했던 끈끈한 우정과 팀워크를 꼽았다.

라던스키는 "대표팀 선수 중 다수는 안양 한라 출신이었다"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이들과 수많은 대회를 함께 했다. 올림픽을 최종 목표로 삼은 그 여정은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무대를 누빈 것 역시 특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서 이룬 일들은 영원히 내 자부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던스키는 비록 은퇴했지만, 한국 아이스하키와의 인연은 이어갈 것이라며 "나와 내 가족에게 친절을 베푼 한국에 언제든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1막을 마무리한 그는 현재 미시간에서 고등학생에게 아이스하키를 가르치며 2막을 열고 있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사랑하고, 팀원들에게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나는 팀원들에게 우리가 위대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도 "더 많이 경기장을 방문해서 한국 아이스하키에 성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남긴 뒤 "한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자력으로 진출하길 기원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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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던스키와 아내 켈리,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부인 홍인화씨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제공]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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