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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악플과 중계식 보도 ‘가학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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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기사’ 1년치 분석해보니

경향신문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 뒤에는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와 악성댓글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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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을 계기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퍼나르는 기사와 악성댓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설리는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한 고통으로 2014년 활동을 한 차례 중단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15일 지난 1년 간 언론보도를 분석해, 설리의 사생활 기사와 악성댓글이 어떻게 재생산돼 왔는지 살펴봤다. 연예매체를 제외하고 중앙일간지, 경제지, 지역종합지, 방송사 등 54개 매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간 설리와 관련한 기사는 1666건이었다.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로는 ‘악플’과 함께 ‘인스타그램’ 등 사생활과 관련한 단어가 꼽혔다.

분석대상을 온라인 연예매체 등까지 확대하자 관련 기사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설리의 사망 전날인 10월13일을 기준으로 1년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된 연예인 설리 관련 기사는 1만3396건이었다. 네이버와 현재 검색제휴 및 콘텐츠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약 800여개다.

검색결과에 ‘노브라(브레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행위)’를 포함하자 1370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기사 10건 중 1건은 노브라를 언급한 셈이다. 평소 편한 옷차림을 즐긴 설리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노브라’를 언급하며 지속적인 비난을 가해왔다.

경향신문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2018년 10월13일부터 2019년 10월13일까지 보도된 설리와 관련한 기사에서 언급된 키워드들을 시각화한 워드클라우드. 많이 언급된 단어일수록 글자의 크기가 크다. 빅카인즈 제공


15일까지도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설리의 ‘SNS 신체 노출사고’의 경우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8일 이후 3일간 관련기사가 234건이나 쏟아졌다. 언론사들은 사고를 ‘논란’이란 제목으로 포장해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이에 달린 악성댓글을 이용해 다시 기사를 생산했다. ‘이슈메이커 설리, SNS 방송 노출 논란→이틀째 갑론을박 ing’. ‘설리 방송노출논란, 3일째 시끌→설리 논란 또 한번 난리’ ,‘설리, 라이브 노출 그후…아쉬움 남는 당당함’ 등 악성댓글을 그대로 전함과 동시에 설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사 댓글란에는 또 다시 설리에 대한 모욕적인 비난 댓글이 달렸고, 높은 공감수를 얻어 상위에 랭크됐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악성댓글을 기사화시켜 사람들의 주목 끌고, 더 가학적인 댓글을 유도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연예인의 SNS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악성댓글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또 다른 악성댓글을 불러오는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설리 끈질기게 따라다닌 ‘무책임 저널리즘’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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