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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받고 물건 옮겨주는 '인간 카트'… 드라마가 된 웹툰, B급인데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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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니다 천리마마트' '녹두전' 등 비현실적인 웹툰 원작 드라마들 B급 유머로 2030세대에 인기

"물건이 불량하오니, 환불해주옵소서…." 손님이 왕이어야 할 대형 마트 고객센터 바닥에 한 손님이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조아린다. 직원은 붉은 곤룡포(조선시대 임금이 집무할 때 입던 옷)를 걸치고 계단 위 의자에 앉아 근엄하게 말한다. "그대의 청을 허하노라."

지난달 20일 시작한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한 장면. 손님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인 황당한 설정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시청자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조회 수 11억회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 만화와 똑같이 가상의 원주민 '빠야족'이 마트 직원으로 채용돼 100원을 받고 물건을 옮겨주는 '인간 카트'로 일하고 있고, 마트 점장은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를 바닥에 박고 물구나무를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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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단돈 100원에 물건을 옮겨주는 '빠야족' 직원들. '인간카트' ‘직원이 왕인 고객센터' 등 웹툰 속 비현실적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드라마가 화제가 됐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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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은 그동안 많았지만, 비현실적 에피소드와 설정까지 그대로 재현한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웹툰에서나 통하던 맥락 없고 황당한 'B급 감성'이 드라마에서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재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드라마 문법(文法)을 무너뜨린 파격적 장면들을 모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기도 한다.

지난 6일 종영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서울로 올라온 청년이 고시원에서 만난 무서운 이웃들 사이에서 스스로가 악인(惡人)이 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네이버 웹툰 원작을 따라가며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공포영화보다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와 충격적 결말로 호평받았다.

웹툰 원작으로 만든 로맨스 드라마들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2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좋아하면 울리는'은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는 휴대폰 앱이라는 비현실적 소재임에도 저항감 없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조선시대 여장(女裝) 남자의 사랑을 코믹하게 다룬 KBS '조선로코―녹두전'은 최고시청률 8.3%(닐슨코리아·전국 가구)를 기록했다. 만화 속 캐릭터가 자아(自我)를 갖고 세상으로 나와 사랑을 경험한다는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신선한 설정이라는 평가.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인터넷에서 20~30대가 열광하는 이른바 'B급 유머 코드'가 '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점차 시청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드라마 시장에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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