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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스분석] 8년 뒤 경부고속도로 세계 첫 전면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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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인프라 갖춰 자율차 상용화

현실은 도로서 80여 대 테스트 중

주행 빅데이터 아직 걸음마 단계

전문가 “당장 제도 개선부터 해야”



미래차 1등 국가 비전



중앙일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 차 산업 국가 비전과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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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후 한국을 세계 최초 자율주행 나라로” 문재인 정부의 ‘미래차 전략’ 캐치프레이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2024년까지 자율주행 ‘레벨4(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를 위한 제도를 마무리하고, 2027년 고속도로 등 전국 주요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15일 발표했다. ‘2024·2027’ 자율주행 로드맵으로 착착 진행하면 세계 최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을 방문해 13조원 규모 투자를 끌어낸 데 이은 ‘친기업’ 행보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2030년 신차 중 30%를 친환경차로 채울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때까지 정부 보조금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능검증과 보험·운전자 의무 등 자율주행 관련 제도를 2024년까지 정비하고, 3년 후 통신·정밀지도·교통관제·도로 등 인프라를 갖춰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것”이라며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민간에서 친환경차·자율주행차로 치고 나가면, 정부가 인프라·제도로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재·부품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민간부문을 합해 총 60조원을 투입된다.

자동차업계는 환영반 우려반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도로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상호 소통하는 ‘V2I(Vehicle-to-Infrastructure)’를 뜻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로드맵은) 정부가 V2I를 할 테니, 민간은 자율차 기술개발과 상용화 도입시기를 앞당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선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부 발표에 맞춰 2025년까지 자율주행 부문에 총 41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초 발표한 5년(2018~2022년)간 23조원보다 총 18조원이나 늘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R&D) 투자를 1년에 5조원, 10년이면 50조원 넘게 하고 있다”며 “어떻게 배분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여력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로드맵이 흔들림 없다면 자율주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보다 제도·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더디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밋빛 비전보다는 당장 제도 개선에 나서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애리조나주 등에선 수천 대의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테스트 중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80여 대가 임시로 허가를 받아서 테스트 중이다. 기본적으로 포지티브(허용하는 것 외 금지)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신규산업에 대해선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기록 등 데이터가 경쟁력이지만, 국내 업체는 걸음마 단계다. 특히 레벨4는 빅데이터가 필수다. 구글 웨이모 등 해외 자율주행업체가 인공지능(AI)과 연계한 데이터 축적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고속도로에서 한시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종·원주 스마트시티 등에서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을 운용할 수 있도록 시범구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5년 후 자율주행 사고책임·보험 등 관련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난관은 많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벨4가 현실화되면 자율주행차는 법적 인격체로 봐야 한다. 제도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자율주행 선진국보다 기술 3~4년 제도 6~7년 뒤처져”

이어 “한국은 미국 등 자율주행 선진국보다 기술은 3~4년, 제도는 6~7년 뒤처져 있다”며 “전반적으로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걸림돌을 얼마나 걷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초 추진 전략을 발표한 수소 충전소 구축만 해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각종 규제를 거론하고 있어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확산은 곧 규제와의 싸움이기도 하다”며 “톱-다운 식으로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가 ‘풀뿌리 규제’까지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이호근 교수는 “구글 자율주행차도 테스트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났지만,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지금도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데 5G 기술도 발달하면서 관련 인프라까지 깔리면 사고율 제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데이터 축적 등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태에서 먼저 규제부터 풀면 해외 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이날 미래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 협업 생태계 전략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출범했다. 커넥티비티(연결성) 차와 정비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는 오픈 플랫폼으로 스타트업·중소기업과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도로 위 자동차를 넘어 도심항공·라스트마일 모빌리티와 로봇 등 다양한 자동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김기환·김효성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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