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교수 연구는 빈곤층에 대한 인식의 교정에서 출발했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층은 모두 절박하다거나 게으르다는 식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교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를 진행했다. 같은 집단에 대해 다른 조건을 제시하는 실험이다. 예컨대 말라리아 예방 접종자를 늘리기 위해 단순 독려보다 콩을 제공하고, 교육 지원사업에서 교사 수를 늘리는 대신 구충제를 공급했다. ‘작은 경제적 지원’이 접종자를 늘렸고, 구충제 복용으로 질병 결석이 줄면서 학력은 물론 소득 수준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거대한 개발원조보다는 실험을 통한 빈민층 지원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뒤플로 교수는 개도국 극빈층에 적용한 이 실험이 부유한 국가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캐리커처로 희화화 대상이 되는 게 다반사이고 그들을 도우려는 이들조차 빈곤층 문제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아직도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의 ‘공공임대주택-구멍 뚫린 복지’ 기획보도도 시사적이다. 영구임대주택 거주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만족도는 90%를 웃돌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거주자들은 “없이 사니까” “갈 데가 없다” 등 전혀 다른 심경을 털어놓았다. 복지 정책이 현장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뒤플로 교수는 수상 인터뷰에서 “덜 부유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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