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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 고교생 개인정보 거래…부자 선점, 취약층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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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민간업체-대학 연계 실태 보도

신입생 후보 웹 검색 추적해 1~100점 평가

출신·성적·관심사·소득 등 민감한 내용 망라

컨설팅업체, 매년 수백만명 정보에 수천만원

학비 여력 학생 선점…취약층엔 문턱 높아져

“입학처장들은 비즈니스맨…이해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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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위스콘신주 주립대학의 하나인 위스콘신-스타우트 대학에 대해 알아보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자 그 대학의 전산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접속자의 인터넷 쿠키(웹사이트 방문 기록 정보)에 기반해 해당 학생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대학 입학처장에게 알림 이메일을 발신했다. 이메일에는 이 학생의 이름과 거주지 뿐 아니라, 재학 중인 고등학교, 멕시코계 이민자 가정이라는 사실, 인터넷 접속 정보로 파악한 평소 관심사와 활동 기록, 해당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인 ‘친밀감 지수’까지 포함됐다.

미국 대학들이 부유하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민간 업체들로부터 입학 지원 가능성이 있는 예비 신입생들에 대한 방대한 개인정보를 구매,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미국 전역에서 최소 44곳의 공·사립대학들이 학생들의 웹 접속 기록을 추적한 정보로 예비 신입생의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학 입학 컨설팅 업체 2곳의 고객(대학) 명단과 서비스 계약서, 이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을 입수해 분석하고, 23개 대학의 입학 전형 담당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개인 정보를 몰래 수집하고 거래하는 충격적인 실태를 폭로했다.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 후보들의 거주지 우편 번호, 고등학교 성적 증명서, 학업 관심사, 웹 탐색 기록, 혈통 배경, 가구 소득 등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컨설팅 업체의 도움으로 수집해 저장한 뒤, 각각 1~100점 사이의 점수를 매겨 분류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대학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지망 학생의 입학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학들이 개인정보 평점으로 환산된 사회·경제 데이터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걸러 뽑는 것은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대학의 재원 조달이 줄고 고교 졸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정난에 쪼들리는 대학들이 비싼 학비를 감당할 만한 학생들을 우선 순위로 골라 유치하는 새로운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입 카운셀러 출신의 한 비영리 교육 연구단체 대표는 “대학 입학처장들이 갈수록 수익 업무를 담당하는 비즈니스맨이 되어가고 있다”며 “생존의 두려움이 클수록 더 기꺼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간 대입 컨설팅업체들은 개별 대학에 매년 수백만명에 이르는 학생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만달러(수천만원)를 챙긴다고 한다. 대학과 민간업체가 개인정보를 공유해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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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관행은 사회·경제적 취약자 계층의 학생들에겐 대학 교육의 장벽을 높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대학들이 예비 대학생 개인정보를 활용해 응시생의 출신 고교와 지역을 선별하고,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될만큼 소득 수준이 넉넉한 집안의 학생들을 재빨리 ‘선점’하기 때문이다.

고교생 개인정보 수집과 거래, 활용에는 불법의 여지도 있다. 컨설팅 업체 명단에 오른 대학의 대다수는 학생들에게 웹 접속 기록 추적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으며, 그런 사실을 알린 일부대학도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프라이버시 보호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학들이 외부 컨설팅업체와 개인정보의 공유 실태를 전면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연방 교육기금의 지원을 받는 학교에서 작성된 학생 정보의 보호를 규정한 연방법의 입법 정신을 침해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업체들과 대학의 유착과 부패 의혹도 나온다. 한 입시 컨설팅업체는 20여개 대학의 입학 관리 책임자들을 부업으로 단기고용해 입시철 컨설팅 업무를 함께 진행한다. 해당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부 대학 관료들은 컨설팅업체로부터 사례비 성격의 보상금을 받는다”며 “이런 행태는 ‘이해 충돌’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고 짚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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