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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칼럼] 얼굴 없는 살인자 '악플'의 폐해와 설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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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한 칼럼

CBS노컷뉴스 지영한 논설위원

노컷뉴스

가수 겸 배우 설리(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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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인 설리(본명 최진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의 피해 등으로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에 나서 활발히 활동했던 터라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2005년 드라마 '서동요'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설리는 2009년엔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연예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가수와 연기자로,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연예계의 각 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인정받아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스로 "설리라는 이름 앞에 '당당한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달라"고 원했던 설리였지만 화려한 모습의 이면엔 연예 스타로서 감내해야 할 고민과 고통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2014년엔 페미니즘 논쟁에 뛰어들어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했다. 연예인은 물론 비 연예인조차 쉽지 않은 일이지만 거리낌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엔 성희롱 등 악의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도 넘은 악플과 무분별한 공격으로 설리는 한때 연예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방송활동을 재개한 뒤 JTBC의 '악플의 밤' 등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스타들과 함께 악플에 대처하는데 애를 썼다고 한다.

설리의 사망이 직접적인 악플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악플이 피해 당사자에게 우울증을 초래하고 자칫 죽음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이미 최진실씨나 가수 유니씨 등 유명 연예인의 죽음에서도 드러난 일이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가 죽음으로 내모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막는데 과연 무엇을 했는지 설리의 죽음을 보며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 악성 댓글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가 지나치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악플과 선플의 비율은 4대 1에 달한다. 일본은 선플이 4배 많다. 네델란드도 선플이 압도적이다.

이로 인해 2016년 기준 네이버 뉴스 댓글 중 악플로 신고된 건수가 17%를 넘는다고 한다.

인터넷의 명암이라고는 하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겠는가.

더 이상 익명성에 숨어 인터넷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악플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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