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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진짜 주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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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구독자 1억 명 돌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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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역사적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떠들썩했다. 사상 처음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한 개인 유튜브 채널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 영역으로 여겼기에 많은 사람이 흥분에 싸였다. 1억 명을 앞둔 채널의 실시간 구독자 증가 추이를 마치 스포츠 생중계를 보듯이 지켜봤다.

마침내 8월25일 유튜브는 공식 계정에서 ‘퓨디파이’(PewDiePie) 구독자 1억 명 돌파를 알리며 그에게 축전을 보냈다. 지난 10년 가까이 전세계 유튜버의 정점으로 군림해온 유튜브 스타다. 유튜브 전체 계정으로는 두 번째고, 개인으로선 최초의 위업 달성이다. 개인 유튜버 채널에 국한하면 2위와 격차가 ‘넘사벽’이다. 아마 꽤 오랜 기간 최고 유튜버는 그의 몫이 될 것이다.

그는 같은 달 8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한 결혼식 동영상도 올렸다. 결혼 축전까지 겸해 성대한 축하를 받아 많은 유튜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 최초’ 타이틀 영광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있다. 유튜브의구독자 1억 명 경쟁도 마찬가지다. 6개월에 걸친 ‘티시리즈(T-Series) 대 퓨디파이’의 구독자 경쟁 레이스가 그것이다.

거물 유튜버의 역사

티시리즈는 퓨디파이보다 3개월 정도 앞선 5월에 단일 채널로는 처음으로 구독자 수 1억 명을 넘겼다. 두 채널은 2018년 말부터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 레이스는 단순히 유튜브 사용자 경쟁을 부추긴 놀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가 세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시장에서 넓히는 영향력과 만들어내는 패러다임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놀이 이상의 많은 점을 시사한다.

유튜브 역사와 함께해온 퓨디파이는 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에 끼친 영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징적 유튜브 스타다. 스웨덴 출신인 그는 2010년 4월 처음 채널을 개설했다. 게임 실황이나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 등을 바탕으로 많은 팬을 모았다. 팬과의 적극적 소통과 입담이 강점이다. 2013년 이후부터 6년 가까이 구독자 수 1위를 놓치지 않아 명실상부한 부동의 1위로 군림했다. 티시리즈가 갑자기 떠오르기 전까지다.

유튜브 황제로 군림하던 퓨디파이를 제친 티시리즈는 인도 음반 제작사의 채널이다. 2014년 기준 인도 음악시장의 35%를 점유한 최대 음반회사이자, 대형 엔터테인먼트회사다. 인도 음악산업은 영화산업에 종속됐다. 음악시장에서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티시리즈는 흔히 ‘발리우드’라고 하는 인도 영화계의 로컬 뮤직비디오와 예고편 영상 등을 유튜브로 제공한다. 유튜브 초기에 해당하는 2006년에 개설된 채널이지만, 4년여 동안 거의 활동이 없었다. 퓨디파이와 비슷하게 2010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티시리즈가 두각을 보인 것은 2013년부터다. 그해 4월 처음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뒤 달마다 30만여 명을 추가했다. 유튜브 구독자 상위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퓨디파이는 1천만 명 안팎 구독자를 보유했다. 티시리즈가 퓨디파이를 제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도의 유튜브 추종

이후 티시리즈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2016년 4월 1천만 명을 돌파하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1월에는 2천만 명의 새 구독자를 모아 3천만 명을 넘겼다. 이후 성과는 경이적이다. 3천만 명에서 1억 명으로 늘리는 데 불과 1년6개월 정도 걸렸다. 이 기간에 무려 7천만 구독자를 모은 것이다.

티시리즈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인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유튜브 영향력이 자리잡고 있다. 2010년 이후 인도의 모바일 인프라가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 다음으로 큰 모바일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모바일 인구가 4억 명이 넘는다. 2020년에는 7억 명을 넘길 전망이다.

모바일 인구가 10억 명 넘는 중국과 비교해 인도 모바일 시장의 매력은 개방성이다. 자국 산업 우선주의의 폐쇄적 성향을 가진 중국과 달리, 인도에는 서구 모바일 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다. 인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콘텐츠는 음악과 게임이다. 유튜브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일찌감치 인도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왔다.

인도에서 유튜브는 인터넷과 동의어로 쓴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대도시에 비해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농촌 지역 저소득 젊은층에서 도드라진다. 이들은 문화·교육·생활·검색 등 모든 것을 유튜브로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튜브를 종교와 다름없이 추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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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스타 대 미디어 기업

인도 모바일 인프라의 성장을 등에 업고 티시리즈는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마침내 2018년 8월께 퓨디파이를 불과 구독자 수 5만 명 차이로 따라잡았다. 여기에 자극받은 많은 유튜브 스타와 유튜버가 세계 최초 구독자 1억 명 돌파의 영광은 퓨디파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튜브는 양분됐다. 퓨디파이 같은 개인 유튜버가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유튜브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유명 영화사, 음반사, 방송사 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이다. 개인 유튜버는 자신들이 유튜브 플랫폼을 키워온 진정한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자본 부족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미디어 생산자가 되지 못한 개인이 유튜브로 방송하고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티시리즈같이 홍보나 마케팅 도구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대형 미디어 기업에 그런 위업을 안겨줄 수 없다는 게 퓨디파이 지원에 나선 많은 개인 유튜버 생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양쪽 구독자 경쟁은 2019년 들어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실시간으로 두 채널의 구독자 수를 중계하며 많은 시청자를 모은 유튜브 채널도 나왔다. 퓨디파이도 티시리즈를 ‘디스’(폄하)하는 음악을 올리는 등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여 경쟁은 더욱 불타올랐다.

과열 경쟁은 항상 최악의 결과를 낳는 법이다. 티시리즈 본고장인 인도와 인도인을 비하하거나 수십 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 범인이 퓨디파이 구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사건이 잇따랐다. 양쪽 채널 팬들이 인터넷에서 인신공격도 벌였다. 마침내 퓨디파이 스스로 2019년 4월 경쟁 중단을 선언하며 반년에 걸친 레이스는 막을 내렸다.

유튜브 혁명의 본질

2005년 2월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직원 3명이 만든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방향성은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라고 비판했다. 실제 초창기 유튜브는 ‘불법복제 온상’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녹화를 잊은 TV 프로그램이나 최신 유행 음악파일, 음란 영상을 쉽게 구하는 곳이기도 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16억5천만달러(약 1조9천억원)라는 믿기 힘든 금액에 깜짝 인수할 때만 해도 구글이 ‘실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유튜브에 마땅한 수익모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세계 미디어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구글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90여 개국에서 80개 안팎 언어로 월 19억 명 이상이 유튜브를 이용하며, 매일 10억 시간 동영상을 본다. 유튜브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동영상 광고는 빠르게 기존 광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튜브의 디지털 광고 점유율이 50%에 가깝고, 페이스북을 합치면 거의 70%에 이른다. 몇 년 안에 유튜브 광고가 TV 광고를 넘어서고, 유튜브 같은 새 디지털 미디어가 전통적 TV를 대체하는 혁명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유튜브 혁명’의 본질은 극소수가 향유해온 미디어 권력을 대중에게 나눠줬다는 것이다. 구독자 경쟁에서 유튜브 스타들이 퓨디파이를 우상화하고 다양한 지원 캠페인을 벌인 것은 일종의 ‘저항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비싼 광고비를 내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퓨디파이를 구독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유튜버가 과도한 저작권 보호와 유튜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억제하는 ‘PC(정치적 올바름) 정책’으로 최근 기업 친화 성향을 보이는 유튜브를 맹렬히 비난해왔다. 이들에게는 일련의 유튜브 정책이 유튜브 성장에 큰 기여를 해온 유튜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기업이 만들어내는 상업 콘텐츠로 대체하는 것으로 비친다. 많은 유튜버가 구독자 경쟁으로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rabike04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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