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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 ‘열여덟의 순간’ 신승호 “TV 드라마 첫 주연, 욕 먹는 것마저 행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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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호는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완벽한 듯 보이지만, 어두운 내면을 가진 ‘마휘영’으로 분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배우 신승호(25)가 또 교복을 입었다. 내리 세 번째다. 올해 스물 다섯, “액면가는 스물 아홉”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 “교복이 지겹지 않냐”고 물었다.

“아뇨. ‘에이틴’ 할 때 처음 교복을 입었는데 그땐 어수룩했죠. 그 친구들은 정말 교복을 벗은지 1~2년이 채 안된 친구들이었고, 저는 학창시절 때 선수생활 하느라 유니폼만 입었으니까요. 넷플릭스 드라마(‘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연이어 세 번을 입으니 제 옷처럼 편안했어요. 아직도 청춘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축복이란 생각도 들고요.”

최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서 신승호는 완벽함으로 포장됐지만, 어두운 내면을 가진 소년 ‘마휘영’으로 분했다. 천봉고의 절대 권력자이자 전교 1등, 그러나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있는 미숙한 청춘이었다. ‘에이틴’ 속 피지컬하지만 허당기 가득한 농구부 ‘남시우’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

“아마 작가, 감독님이 기획하신 이야기 속 휘영이 캐릭터와 내게 보이는 이미지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 제 모습은 ‘일식이’와 비슷하니까요. 유쾌하고 장난기도 많고. 하지만 휘영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열여덟의 순간’은 그에게 TV 드라마 첫 주연작이었다. 오디션이 아닌, 직접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작품. 여느 청춘물과 달리 폭넓은 경험을 그에게 선물했다. 신승호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알아봐주시는 어른들이 많다. 얼떨떨하고 감사했다, 이모 팬들이 생겼다”며 웃었다.

“겨우 2년차에 보여드린 게 ‘에이틴’ 한 작품 밖에 없는데, TV 드라마 주연으로 캐스팅으로 해주셨으니 부담감을 느낄 겨를조차 없이 누가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TV로만 봤던 선배들과 촬영 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한층 재미를 느꼈습니다. 연기력이나 실력을 떠나 물론 최선을 다했고 정말 열심히 했지만, 돌아보면 그래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았나 개인적인 욕심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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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휘영’의 학창시절과 달리, 신승호의 열여덟 그 시절은 축구로 점철됐다.사진ㅣ유용석 기자


신승호는 ‘마휘영’을 최대한 악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어리석고 미숙한 행동을 많이 하는 휘영이지만 완성된 인격체의 악랄함과는 거리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의 어둠을, 고등학생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 중 ‘최준우’(옹성우)에게 무릅 끓고 사과하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 신 중 하나다.

“‘마휘영’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 신을 기점으로 망가지고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는 느낌을 줬거든요.”

촬영장은 청춘 배우들의 연기 향연장이었다. 비슷한 또래끼리 만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쾌감은 굉장했다. 자유롭게 얘기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동갑내기 옹성우와는 특히 통하는 게 많았다고 한다.

신승호는 옹성우의 매력에 대해 “눈빛이 되게 깊다”고 표현했다. “장난을 치다 NG가 나기도 하고, 둘이 너무 잘 웃어 NG가 나기도 했다”지만, 극중에선 팽팽한 대립 관계였다. 팬덤을 거느린 옹성우를 괴롭히는 입장이다 보니 악플에 꽤 시달렸을 법도 하다.

”최대한 욕을 많이 먹자고 목표를 세웠는데 초반부터 달성한 셈이 됐죠. ‘몰입을 많이 해주셨구나’ 싶었어요. 처음엔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점점 더 악랄하게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 신승호를 욕하는 게 아니라 극중 캐릭터를 욕하는 거니까요. 제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 나쁘지 않구나, 했어요. 해보지 않았던 연기라 일탈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일부 (옹성우) 팬들이 심한 욕을 하기도 했지만 나중엔 저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셔서 힘이 나고 가슴이 끓어오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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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호는 촬영장에서 동갑내기 옹성우와 특히 통하는 게 많았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마휘영’이 웃고, 아파하고 고뇌했던 청춘. 신승호의 열여덟, 그 시절은 어땠을까.

신승호는 11년간 축구를 했다. 축구 밖에 모르는, 축구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축구를 해도 행복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축구를 포기한 그는, 패션쇼 모델로 활동하다 톱모델 박둘선의 권유로 배우로 전향했다. 박둘선은 그에게 어떤 재능을 발견했던 것일까.

“저에게 배우를 권유하신 건 아마도 외모적인 느낌이나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열정 때문이셨을 듯 싶어요. 부딪히고자 하는 욕심이나 의지가 강하거든요. 패션모델과 배우는 많이 달라요. 연기자는 몸짓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지만, 패션쇼는 걷는 것 하나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신승호는 모델 출신인 조인성을 롤모델로 꼽았다.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친근함을 준다는 거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신승호는 자신의 장점으로 “도전의식과 열정”을 꼽았다. 또, 틀에 얽매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는 그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 삶 자체도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계속 채워나가고 싶다. 예능 출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대만 프로모션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은 기운을 받고 돌아왔어요. 제가 작품을 만나고 사랑받는 건, 또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건, 대중과 시청자 덕분이죠. 저 역시 팬들이 아니면 제 이름도 아예 존재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팬들이 오시면 최대한 친근하고 친절하게 대해 드리려 해요. 감사함을 잊지 않는 배우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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