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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한광성 대결에 열광… 암표 찾는 北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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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양서 월드컵 예선]

北소식통 "평양 시민들 난리… 암표, 북한 돈 5만원에 팔려"

한국은 중계조차 안돼 '찬물'

29년만에 북한 땅 밟은 대표팀, 1시간 동안 인조잔디 적응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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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뒷줄 왼쪽 둘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수비수 이용(왼쪽 첫째)이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북한이 국내 취재진 입국을 불허하면서 북한 기자 5명만 회견에 참석했다. /대한축구협회

29년 만에 북한 땅을 밟은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 시간 동안 인조잔디 적응 훈련을 마쳤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대표팀이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공식훈련을 치르고 숙소인 고려호텔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대표팀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원정경기를 치른다. 14일 중국 베이징을 떠나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은 입국 수속 후 오후 5시 30분쯤 김일성경기장에 도착해 훈련을 마쳤다. 벤투 감독과 대표팀 수비수 이용이 훈련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회견엔 북한 기자 5명만 참석했다. 국내 취재진은 북한이 입북 허가를 해주지 않아 한 명도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 남자 축구가 북한에서 A매치를 치르는 건 지난 1990년 10월 남북통일 축구 친선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한국은 1대2로 졌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출국 전 "북한은 거칠고 강하다. 특히 역습을 펼칠 때 굉장히 빠르고 날카롭다. 하지만 느낌이 좋은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오겠다"고 했다.

◇달아오르는 평양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손흥민도 오고 이강인도 온다는 이야기에 (평양 시민들이) 다들 난리법석이다"라며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유명)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직접 경기 중계는 보지 못해도 암암리에 해외 축구 소식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활약 중인 북한 공격수 한광성(21)과 손흥민의 대결을 보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암표 구하기 경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한 평양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축구 경기가 열리면 공장이나 기업소에 단체표가 배당된다"며 "주민들이 한국-북한전 경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쌀 10㎏을 살 수 있는 북한 돈 5만원(약 6달러)을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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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을 떠나 평양에 도착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장소인 김일성경기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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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축구 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북한이 현지 생중계 및 취재를 허용하지 않아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게 됐다. 국내 방송사와 북한의 생중계 협상은 14일 완전히 결렬됐다. 국내 팬들은 FIFA(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문자 중계로만 실시간으로 경기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한국의 A매치 경기가 TV 전파를 타지 않은 건 1985년 3월 열린 1986 멕시코월드컵 아시아 예선 네팔 원정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엔 네팔 통신 환경이 좋지 않아 경기 화면 위성 송출이 불가능했다.

◇북한의 '속공' 경계령

북한은 올해 1월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0대4), 카타르(0대6), 레바논(1대4)과 만나 3전 전패 졸전을 치른 뒤 '덕장' 김영준(36) 감독을 경질하고 윤정수(57)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2003~2005년, 2011~2014년 대표팀을 지도한 윤 감독은 선수 시절 대인 마크 능력과 투지가 남달라 '독사'로 불렸다. 평양시체육단 소속 프로선수로 뛰었던 한 탈북민은 "아시안컵 참사 이후 선수들의 기강을 다잡고 북한 전통의 선 굵은 '속공 축구'를 다시 구현하기 위해 강성 지도자인 윤 감독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레바논과 벌인 1차전에서 멀티골을 넣어 북한의 2대0 승리를 이끈 발 빠른 측면 공격수 정일관(27·루체른)이 북한 속공 축구의 '키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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