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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정수기·유모차·여행업까지… '한눈'파는 게임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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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씽크빅(웅진코웨이 모회사) 이사회는 14일 게임 업체 넷마블을 코웨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지분 25.08% 인수에 1조8500억원 안팎을 제시했다. 넷마블 서장원 경영전략 담당 부사장은 같은 날 증권사 관계자, 주식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웅진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매트릭스 등 실물 구독 경제 1위 기업으로 넷마블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 경제 시장에서 메이저가 될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난 10일 본입찰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현금성 자산 약 2조6700억원(올 2분기 기준)을 갖고 있다. 넷마블 고위 관계자는 "자금은 모두 직접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말에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나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코웨이의 인수자로 나서자 많이 놀랐다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 20여 년간 게임이라는 단일 상품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온 1세대 게임 벤처기업이 아예 다른 업종의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게임업체는 넷마블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사업 시작하는 게임업체들

넥슨은 지난 9월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의 모회사인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을 투자했다. 원더홀딩스의 창업자이자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금 중 2500억원은 적자 상태인 위메프로 직접 수혈됐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은 이 밖에 가상 화폐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2017~2018년에는 가상 화폐 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태프'를 사들였고, 이에 앞서서는 레고 거래 중개 업체인 '브릭링크', 스웨덴 유모차 업체 '스토케' 같은 업체를 줄지어 인수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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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도 다양한 이색 업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영화 제작사 '메리크리스마스'에 100억원을 투자했고, 웹툰 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 '재담미디어', 드론 제조 업체 '바이로봇'과 '유비파이' 등에도 투자했다.

한게임에서 분사하며 설립된 NHN는 다양한 투자로 사업을 다각화해 종합 IT 기업이 된 사례다. 지난해에는 종합 여행사 '여행박사'를 인수했고, 그 전에는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 온라인 쇼핑몰 구축 기업 '고도소프트', 모바일 앱 제작, 음악 포털 '네오위즈인터넷'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현재 NHN의 게임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30%에 불과하다.

국내외에 겹겹이 쌓인 악재들

국내 게임 업계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 수입을 확보하는 건 필연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게임 산업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게임 벤처들이 태동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엔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리니지' '서든어택'과 같은 '명작'이 연달아 쏟아져나왔다. 이 게임들은 오늘날 이른바 '3N'이라는 국내 3대 게임 업체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우뚝 서게 한 주역이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는 업계에서 제대로 흥행한 작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국내에서 게임을 둘러싼 규제는 많아졌고, 주요 해외시장인 중국은 근 3년째 판호(版號·게임 영업 허가증)를 내주지 않으며 한국 게임을 배척하고 있다. 이 사이 텐센트 같은 중국 IT 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라이엇게임즈·수퍼셀과 같은 글로벌 유망 게임 기업을 인수했다. 중국산 게임이 국내에 밀려오며 안방 시장도 뺏기고 있는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분류라는 악재까지 덮쳤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적게는 7%, 많게는 50.8% 추락했다.

일부에서는 게임 업체의 사업 확장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인수한 신사업들을 살펴보면 적자를 기록하는 곳도 많다"며 "잘못하면 안 그래도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 게임의 개발 수준을 낮추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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