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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표 ‘케이팝 어벤져스’ 슈퍼엠, 미국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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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엠 데뷔 10일 만에 빌보드 음반 차트 정상

미 시장 겨냥해 탄생한 연합 그룹

엑소·샤이니·NCT 멤버 7명으로 꾸려

아이돌 그룹 드문 미국 시장에서

해외 진출 성공 시스템 마련 성과

“영미권 국가서 하지 못한

다채로운 음악적 취향 충족시켜

다소 물량 공세적 결과일 수도…

음원 순위 중요…핵심 마니아층 만드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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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팝 그룹 ‘슈퍼엠’의 데뷔 쇼케이스는 에스엠(SM)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그곳에 모인 팬들은 엑소와 엔시티, 샤이니의 응원봉을 들고 응원했다. 슈퍼엠은 에스엠 소속 아이돌그룹 엑소의 백현·카이, 샤이니의 태민, 엔시티의 태용·마크·루카스·텐을 모아 결성한 7인조 그룹이다. 에스엠을 대표하는 아이돌이 모인 이른바 ‘어벤져스 오브 케이팝’이 슈퍼엠의 힘이다.

슈퍼엠이 데뷔 10일 만에 빌보드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데는 연합군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빌보드는 13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슈퍼엠이 첫 미니음반 <슈퍼엠>으로 빌보드 음반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데뷔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신인 가수들이 차트 1위로 데뷔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케이팝 그룹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색적인 기록이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200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 이후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로 세차례 1위를 기록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이를 두고 “소위 ‘어벤져스 오브 케이팝’이라는 콘셉트가 일정 부분 먹혔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슈퍼엠을 꾸리는 데 있어 배제된 다른 멤버의 팬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무대에 강한 멤버 위주로 ‘올스타 라인업’을 꾸린 것 자체가 가장 큰 셀링 포인트인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슈퍼엠 프리미어(최초 공개) 행사에도 수많은 팬이 모여들었다.

전문가들은 퍼포먼스에 능한 아이돌그룹이 드문 미국 시장에서 슈퍼엠이 다채로운 음악적 취향을 충족시켰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타이틀곡 ‘자핑’은 일렉트로 팝 장르로, 미래적인 콘셉트에 파워풀한 안무 등 에스엠 음악 스타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카이, 태민 등 퍼포먼스가 뛰어난 멤버들의 화려하고 강렬한 몸놀림만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특히 10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슈퍼엠의 빌보드 200 1위는 미국 진출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슈퍼엠은 시작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해 탄생했다. 에스엠 쪽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이번 기획을 이끌었는데 멤버 구성부터 음악 등 모든 것을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프로듀싱했다”고 밝혔다. 한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멤버로 구성한 것도 미국 진출에 대해 아시아 시장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임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슈퍼엠은 미국 진출에서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 캐피틀뮤직(CMG)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았다. 캐피틀뮤직그룹은 샘 스미스, 트로이 시반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소속된 곳이다. 에스엠 쪽은 슈퍼엠을 지난 8월 ‘캐피틀 콩그레스 2019’에서 처음 공개한 뒤 데뷔 전부터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해왔다. 지난 9일에는 미국 <엔비시>(NBC) 간판 토크쇼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도 출연했다.

케이팝 업계는 끊임없이 미국 시장을 두드려왔는데, 이제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마련된 것도 고무적이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나름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구축한 것 같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고, 슈퍼엠의 등장으로 케이팝 업계가 자신들의 파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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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슈퍼엠이 빌보드 200 1위를 넘어 미국에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숙제다. 슈퍼엠이 1위를 한 데는 기존 팬덤의 힘이 컸다. 빌보드도 “슈퍼엠의 멋진 출발은 팬들이 음반을 구입할 때 가능한 여러가지 조합에 힘입어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에스엠은 북미 쇼케이스 투어 티켓을 사면 음반을 주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미국 톱스타들도 통상적으로 하는 프로모션이지만, 에스엠은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슈퍼엠은 모두 16만8000점을 받아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는데, 이 중 음반 판매량(16만4000장)이 점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디지털 음원으로 노래를 듣는 시대에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횟수에 따른 점수가 턱없이 낮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학선 음악평론가는 “빌보드 200에서 데뷔와 동시에 1위를 한 데는 기존 팬덤의 힘이 컸다. 음반을 잘 사지 않는 시대에 빌보드 200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내 새로운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짚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도 “음반 시장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빌보드 음반 차트가 아니라 싱글 차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슈퍼엠의 1위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케이팝이 아니라 팬덤의 시대가 온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징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가 반영된 빌보드 차트는 15일께 공개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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