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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자사고 ‘단계 폐지’ 제동 걸리자 ‘강수’… 교육현장 대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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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자사고·외고 등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 / 자사고 ‘이중지원 금지’ 위헌 결정 / 재지정 평가도 소송전 끝 무력화 / ‘조국 사태’로 공정성 논란 재점화 / 시행령 개정으로 돌파구 만들어 / “정권 따라 입시 정책 자꾸 바뀌어” / 수험생·학부모 불만… 진영 갈등도

세계일보

당·정·청이 2025년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서열화된 고교 체제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한계를 드러낸 단계적 일반고 전환 정책을 접고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폐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입 공정성이 화두로 떠오르자 위기감을 느낀 여권이 그동안 땜질식으로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산 고교 서열화 해소 대책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셈이다.

수월성 교육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 간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정권마다 바뀌는 입시를 치르거나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세계일보

14일 당·정·청에 따르면 여권이 일괄 폐지로 선회한 결정적 이유는 ‘단계적 전환’ 정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서다. 문재인정부의 고교체제 개편은 ‘고교 서열화 해소’를 목적으로 1단계(2017∼2019년) 고교 입시제도 개선, 2단계(2018∼2020년) 엄정한 자사고·특목고 운영성과 평가, 3단계(2020년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교체제 개편으로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1∼2단계 작업은 반쪽짜리였다. 고교체제 개편 로드맵의 1단계부터 삐걱거렸다. 교육부는 2017년 11월 ‘자사고의 우수 학생 선점을 해소하겠다’면서 자사고·외고가 학생을 일반고와 동시에 모집하도록 법령을 바꿨다. 동시에 이중지원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이중지원 금지’ 부분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1단계는 자사고·외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만 없애는 선에서 봉합됐다.

2단계인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도 깔끔하지 않았다.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대부분이 광역단위 자사고였다. 즉, 입시 서열 피라미드에서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나마도 탈락한 자사고들이 지정 취소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진보 교육계에서조차 살아남은 자사고 때문에 고입 경쟁과 서열화가 더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불과 두달 전까지 자사고·외고 완전 폐지 여부는 국가교육회의 또는 이르면 2020년에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공론화에 부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조국 사태’로 ‘교육 공정성’ 논의가 거세지면서 급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여권은 빠르게 움직였다. 당·정·청은 지난달 18일 열린 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에 자사고와 국제고, 외고를 일반고로 한꺼번에 전환하겠다며 구체적 시간표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에 대해)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일괄 전환까지 5년 이상 남은 상황이어서 재학생·학부모 등과의 직접 갈등은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날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특목고 준비 카페 등과 입시 업계에서는 “2025년이면 다음 정권이고, 또 어찌될지 모른다”고 불안해하거나 “서울 강남이나 대구 수성구 등 교육특구들만 좋아질 수 있으니 시행령 통과되기 전에 강력하게 반발해야 한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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