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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조국 부담 덜어낸 靑·與…검찰개혁 국회입법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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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전격 사퇴 / 향후 검찰개혁 어떻게 ◆

매일경제

검찰이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5차 소환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앞에 검찰기가 나부끼고 있다. 검찰 조사는 정씨 측 중단 요구로 약 6시간 만인 오후 3시 15분께 종료됐다. 정씨는 이날도 검찰 청사 지하 통로를 이용해 출석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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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후에도 여권이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국 일가 의혹 수사로 코너에 몰려 있던 조 전 장관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사퇴하면서 되레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 제거되고 개혁 명분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검찰 개혁이 뜨거운 이슈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조국 전 장관은 14일 전격 사퇴 발표 3시간 전 검찰 개혁안을 내놨다. 사퇴 입장문에선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며 35일간 장관으로서 성과를 자평했다. 다만 검찰 안팎에선 "개혁안은 검찰이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조 전 장관은 검찰 내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에만 유지하고, 수사 대상은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주요 기업 관련 범죄로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후 그가 사퇴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본인이 검찰 개혁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조국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장관 임명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왔던 게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장관으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제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돼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특수부 축소 등 대표적인 개혁 성과는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검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고, 윤 총장은 다음날인 지난 1일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에 3개 검찰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본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에서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그의 바뀐 태도를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조 장관은 과거 업무와 현재 가족 수사로 특수부 축소를 시도할 명분이 부족했지만 검찰이 먼저 특수부 축소를 제시했기 때문에 조 장관 임기 내 가능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윤 총장은 기존 수사 관행을 바꿀 검찰 개혁 방안을 세 차례 더 내놨다. 개혁안 성과의 첫 수혜자가 정경심 씨 등 조 전 장관 일가가 됐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검찰 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수사"라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 폐지(조서 열람 제외) 즉시 적용'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이 이날 발표한 개혁안에는 '인권 보호 수사 규칙(법무부령)'을 이달 중 제정해 장시간·심야 조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 검찰 조사는 1회에 총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심야 조사는 오후 9시∼오전 6시 사이 조사로 규정했다. 피조사자 자발적 요청이 없는 한 심야 조사는 제한한다.

또 지난 4일 피의자 공개소환 폐지를 선언했다. 하루 앞선 지난 3일 정씨가 비공개로 첫 소환 조사를 받은 직후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공개소환 폐지가 국민 알권리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 10일엔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없애기 위해 검찰 수사 공보업무를 별도 전문공보관을 보임해 전담시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두 가지 개혁안도 조 장관이 발표한 개혁안에 포함됐다.

조 전 장관이 지난달 9일 취임 후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계속 강조하면서도 시행령 개정 위주의 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모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안을 먼저 제시했고, 법무부와 협의도 거쳤기 때문에 최근 발표된 각종 제도들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검찰 개혁안 중 핵심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그동안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하면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 전 장관이 입장문에서 "검찰 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말한 것도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법제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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