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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이낙연 카드 띄웠지만.. 연말 강제징용 자산현금화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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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외교부 국감서 강경화 "법원에 의견서 전달 가능"

법원 강제매각 연말 전에도 가능..'레드라인' 시한 다가와

중앙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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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일 국회 외통위원회 외교부 국감장에선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여권 핵심 인사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의 집행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배상금 지급의 현금화가 실행 되면 (한ㆍ일)서로 간에 (갈등이) 고조될 텐데, 외교부가 정부의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강 장관은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법 프로세스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의견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문답은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 민사소송규칙(제134조 2항)의 ‘공익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정부는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일본이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주장하는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매각ㆍ현금화 작업을 일시적이나마 동결시키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등장했다.

앞서 강경화 장관은 올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개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피해자들의 자산매각에 대한 정부 대응을 묻는 질의에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 국민의 권리 행사가 진행되는 절차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개입을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일 답변에선 당시와는 다른 뉘앙스를 숨기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일왕 즉위식에 참석차 방일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결국 문제의 출발점이 됐던 강제징용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자국 기업 자산의 현금화 절차가 시작되면 양국 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올해 1월부터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 등에 신일본제철소유 피앤알 주식 19만 여주(9억~10억원 상당), 후지코시 소유의 대성나찌유압공업 7만 여주(7억~8억원 상당)에 대한 압류 및 자산매각 명령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5월 자산 매각을 위한 심문절차를 개시하고 피고인 일본제철에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서류를 보냈지만, 일본 외무성이 해당 서류를 반송하면서 기업 측에는 전달이 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피고 측의 별도 심문 절차 없이 법원이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연말 전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일 양국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가 지난 정부의 사법농단 트라우마로 피해자들의 의견 청취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다”는 비판도 있다. 외교적 해법을 찾을 때까지 매각 절차를 동결시키려면 원고인 피해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 과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국회 외통위는 오는 21일 외교부 종합감사에서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최봉태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한편으로 일본 측이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논리적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수출규제 철회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내부 해법을 모색하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사회를 동원해 일본을 압박하는 양동작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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