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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용신 성우가 직접 밝히는 ‘달빛천사’ 신드롬···15년 전 만화영화 OST 펀딩에 20억 모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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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린이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만화영화 <달빛천사> 삽입곡 국내 발매를 위한 크라우펀딩을 개시한 이용신 성우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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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가지 간직하고 있는 건 지금껏 그려 왔던 작은 꿈~ 지금의 내 모습 어떻게 보일까, 나 어릴 적 함께 한 너에게~.”

2004년 어린이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일본 만화영화 <달빛천사> 수록곡 ‘뉴퓨쳐’(New Future) 가사 중 일부다. 어린시절 TV 앞에서 <달빛천사>를 손꼽아 기다렸던 1990년대생이라면 이 문장만 봐도 멜로디를 뒤이어 흥얼거릴지 모른다.

성대 종양으로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소녀 13세 소녀 루나가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16살 가수 ‘풀문’으로 변신,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은 이 만화영화는 방영 당시 줄곧 투니버스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가수가 주인공인 만큼 ‘뉴퓨처’를 포함해 ‘마이셀프’(Myself), ‘이터널 스노우’(Eternal Snow), ‘러브 크로니클’(Love Chronicle) 등 수록곡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오프닝곡 ‘나의 마음을 담아’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저작권 문제로 정식 앨범으로 발매되지 못해 ‘비운의 OST’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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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시작된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발매 펀딩’은 시작 17일 만인 14일 목표액 3300만원의 67배를 넘긴 22억여원이 모였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고 모금액이다.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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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어른이 된 ‘달천이’(<달빛천사>를 보고 자란 2030세대를 일컫는 말)와 <달빛천사> 주인공 루나·풀문을 연기한 이용신 성우가 뭉쳐 ‘일’을 냈다. 지난달 27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시작된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발매 펀딩’은 시작 17일 만인 14일 목표액 3300만원의 67배를 넘긴 22억여원이 모였다. 6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이번 펀딩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고 모금액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만난 이 성우는 “1000장 정도 사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식 발매 되지 못한 곡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서만 소비돼 왔다”며 “이제라도 원저작자들로부터 커버라이센스를 얻어 정식으로 음원 발매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펀딩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달빛천사>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일본 소니ATV 측과 접촉 중인 이 성우는 “기존 구성에 CD와 굿즈를 추가하고, 콘서트와 팬미팅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3년 투니버스 5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이 성우는 <명탐정 코난>의 정보라,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아리 등을 더빙한 ‘성우계의 아이돌’이다. 데뷔 2년차에 맡은 <달빛천사> 루나 역할로 ‘노래하는 성우’란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그는 “2년차 신인이 장편 만화영화 주인공을 하는 건 지금도 파격”이라고 했다. “노래를 많이 불러야 하는 만화영화이다 보니 일본에선 아예 가수가 더빙을 했어요. 노래 실력을 갖춘 성우가 맡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덕에 CM 가수 경력이 있던 제가 엄청난 역할을 맡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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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천사>는 성대 종양으로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소녀 13세 소녀 루나가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16살 가수 ‘풀문’으로 변신,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4년 방영 당시 줄곧 투니버스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TV도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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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지금, <달빛천사> 음원 발매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인 것일까. 지난 5월 열린 이화여대 축제가 계기가 됐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에서 저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고 처음엔 ‘왜요?’ 그랬어요. 얘길 들어보니 당시 꼬꼬마들이 다 대학생, 직장인이 될 만큼 세월이 흘렀더라고요. 처음엔 대답을 안 했어요. 15년 만에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라고 하니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 그의 마음을 돌린 건 ‘거절하면 학생들이 슬퍼할 것 같다’는 한 마디였다. “그 말을 듣고 수락한 거죠. 집에서 블루투스 마이크 잡고 열심히 연습했어요.”

대학 축제에서 이 성우와 학생들이 <달빛천사> 수록곡을 떼창하는 모습은 유튜브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달빛천사>의 나머지 수록곡도 정식으로 음원 출시를 해달라는 요청이 덩달아 늘었다. 펀딩이 폭발적 금액을 모은 것도 화제가 됐지만, 모금에 동참한 ‘어른이’들의 재기발랄한 반응이 더 큰 관심을 모았다. “투니버스를 타던 애들이 지금 출근버스 탄다는 댓글이 인상 깊었어요. 투니버스가 출근버스가 되면서 어린 시절 즐거움을 준 성우님께 보답하는 거라고. 댓글 보다가 많이 울었어요. 성우로서 <달빛천사> 이후에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게 아닌데, 제가 오히려 위로 받는 기분이었죠.”

어느덧 16년차 성우가 된 그에게도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전환점이 됐다. 그는 “캐릭터와 노래가 가진 힘을 새롭게 알았다”며 “이래서 성우가 멋진 직업이구나 생각했다. 제 직업을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성우는 이번 펀딩을 두고 “추억을 사는 것”이라 정의한다. 그는 “다들 삶이 힘겹다고 한다. 제 20대 때와는 또 다르다”며 “학원 다녀와서 간식 먹으면서 <달빛천사> 기다리고 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 행복을 떠올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성우는 <달빛천사>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성우가 되기 전에 CM송 가수는 물론 MC, 쇼핑호스트 등 여러 일을 거쳤어요. 노래를 하던 상태로 성우가 됐기 때문에 <달빛천사>를 만날 수 있었겠죠. 인생에서의 선택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잘한 선택이었어요. 원대한 목표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처럼 좋아하는 것들이 이끄는대로 가도 좋은 사람,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어요. 제 삶이 또 다른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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