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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마저 등돌렸는데, 美 ‘인권법’이 홍콩 시위 불 지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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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홍콩 경찰이 13일 도심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바닥에 쓰러뜨려 제압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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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인권민주주의법’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등을 돌리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법안은 사실상 기댈 수 있는 국제사회의 유일한 버팀목이나 마찬가지다. 19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위가 여전히 격렬하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는 만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시위대는 14일 열린 도심 집회의 주제를 ‘홍콩 인권법 통과 촉구’로 잡았다. 콜럼버스데이(현지시간 14일) 연휴가 지나면 수일 안에 미 의회 본회의가 열려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 상·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지난달 25일 만장일치로 법안을 승인한 데다 20여명의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지지성명을 내는 등 분위기는 꽤 무르익었다.

법안은 매년 국무장관이 홍콩의 인권과 자치 상황을 평가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무역·금융·투자 등의 특별혜택을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과 홍콩 관리들의 미국 비자발급을 금지하고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세게 반발해왔다.

홍콩 경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센트럴 차터가든 집회를 허용했다. 지난 5일 ‘복면 금지법’ 시행 이후 열흘 만의 첫 집회 허가다. 시위 참가자가 얼굴을 가릴 경우 강경진압에 나서겠다는 자신감이 담겼다. 바꿔 말하면 시위대의 기세가 경찰에 밀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시위대가 경찰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플래시몹’ 스타일의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락한 불특정 다수가 집 근처의 미리 정한 장소에 모여 기습시위를 벌인 뒤 재빠르게 흩어지는 방식이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주요 이동수단인 지하철을 수시로 차단하고 역 주변을 통제하는 데 맞선 게릴라 전술이다. 집회에 앞서 10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려는 교사들의 횡포에 맞서 시우사이완 지역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맞닥뜨린 외부환경은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중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나 “홍콩 시위가 많이 누그러져 이제 훨씬 적은 인원만 보인다”고 찬물을 끼얹자, 시 주석은 13일 네팔 방문 도중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면, 몸이 부서지고 뼛가루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일 국경절 70주년 행사에서 “일국양제(一國 制ㆍ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견지할 것”이라고 점잖게 언급하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홍콩 사태가 더 악화할 경우 무력진압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