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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다시 오는 미세먼지 철…“교실 틈새 바람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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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오해와 진실]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2차 생성물질

학생들 교실내 활동량과 상관 없어

PM2.5 줄이려면 실외공기 차단해야

7년된 학교, 2년된 곳보다 34% 높아

기계연구원 교실 청정기 실험 결과

1대만 써도 바깥보다 6분의1로 줄어

요리할 땐 후드 틀고 창문 열어야

30분 환기 뒤 청정기 가동 바람직

공기정화탑·살수차 등 효용 없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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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며 다시 미세먼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집계한 17개 광역별 미세먼지주의보(경보) 발령 횟수를 보면, 2016~2018년 3년 동안 발령된 1425회의 주의보(경보) 가운데 10월에 14번(1%), 11월에 245번(17.2%)이 발령됐다. 올해는 현재까지 발령 횟수가 이미 2018년 전체(728회)를 웃도는 771회에 이르러 초겨울에 또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가 많다. 지난해 7월1일부터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기준이 강화된 부분도 있지만 시민들의 체감지수도 함께 높아져 봄철과 같은 미세먼지 공포가 퍼질 우려가 커진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연구팀과 함께 미세먼지를 둘러싼 오해와 사실을 톺아본다.

◇ PM2.5엔 0.3마이크로미터(㎛) 가장 많아

미세먼지 PM10(PM2.5)의 정의는 “10㎛(2.5㎛) 이하의 모든 입자상 물질”이다. 초미세먼지라 할 PM2.5에는 0.3㎛가 가장 많다. 곧 황산암모늄이나 질산암모늄처럼 2차 생성물질이 PM2.5의 대부분이다. 집진기나 필터가 2.5㎛ 미세먼지를 99% 걸러낸다고 해서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PM10은 대부분 비산먼지 등 1차 생성물로 5㎛ 안팎 크기가 가장 많다. 한방우 기계연 환경시스템연구본부 환경기계연구실장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부 연구자들도 PM2.5의 정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연구기관은 연구 목표를 ‘PM2.5 제거 85%’라고 하면서 동시에 PM10 제거율을 100%로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PM10에는 이미 PM2.5가 포함돼 있기에 100%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 교실서 뛰어놀아도 PM2.5 변화 없어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학생들이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활동을 많이 해 먼지가 많이 날 때 창문을 환기를 시키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계속 창문을 닫아두어야 할까? 기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서울 초등학교 두 곳에서 공기청정기 1~2대를 설치한 교실의 미세먼지가 얼마나 저감되는지 실증 실험을 했다. 연구 결과 학생들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PM10 값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PM2.5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방우 실장은 “1㎛ 이하의 작은 먼지는 대부분 자동차 등에서 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로 교실 외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교실 안의 학생들 활동 여부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실장은 “PM2.5는 주로 교실 외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초미세먼지가 교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교실 기밀 관리가 중요하며, PM10은 학생들의 움직임에 의한 비산먼지가 대부분이므로 출입구 먼지떨이 발판 사용, 실내화 착용, 주기적 물청소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실험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은 교실의 경우에도 PM2.5 농도가 외부 공기 대비 64.5% 정도밖에 안 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수치가 증가했다. 공기청정기를 1대 사용했을 경우에는 외부 공기 대비 15.9%, 2대를 사용했을 때는 12.3%까지 농도가 줄어들었다.

공기청정기를 1대 사용하더라도 외부가 아주 고농도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기준치(1㎥당 1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6년에 지어진 학교보다 2011년에 지어져 기밀도가 떨어지는 학교 교실의 PM2.5 농도가 34% 높은 것으로 조사돼, 교실 미세먼지 관리에는 적절한 용량의 공기청정기 사용과 함께 교실의 기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연구팀은 교실 안 이산화탄소(CO₂) 농도도 측정했는데 공기청정기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실장은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쓴다고 해서 환기량이 줄어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의 1.5~2배인 것으로 조사돼 환기장치를 달거나 주기적으로 환기 시간을 갖는 등 이산화탄소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학술지 <파티클 & 에어로졸 리서치> 6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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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리할 때 공기청정기 틀어야 하나

생선을 구울 때면 미세먼지가 1㎥당 200㎍까지 치솟는다. 고기를 구울 때 가장 많이 나와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보다 60배까지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기청정기 사용법에는 조리할 때 틀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실장은 “조리할 때 나오는 미세먼지는 오일 성분의 입자로 농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필터에 달라붙어 필터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키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조리할 때는 가스레인지 후드(환풍기)를 반드시 틀어야 한다. 이때 창문을 열어 놓아야 환풍 효과를 낼 수 있다. 밀폐된 상태에서는 환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조리할 때는 창문을 연 상태에서 후드를 30분 정도 틀고 나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공동배기구(덕트)에 압력이 차서 후드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공동배기구 꼭대기에 공기를 빨아올리는 별도의 환풍기를 달거나 아예 후드 배기통을 개별적으로 빼는 방안이 권고된다.

◇ 공기 정화탑, 개방 공간에선 무용지물

기계연 연구팀이 여의도 면적 3분의 1 크기에 500㎿급 전기집진기(정화탑)를 40대 설치할 경우 얼마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 효과가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500㎿급 전기집진기는 화력발전소 1기에 설치된 집진기 용량이다. 40대 전체 용량은 1시간당 135만㎥(135만CMH)로, 중국 시안에 설치된 60m짜리 공기정화탑 용량(42만CMH)의 3배에 이른다. 송동근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상당히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풍량도 정체보다 빠른 상황을 가정해 최악의 조건일 때의 유용성을 검사한 것인데, 미세먼지 농도를 30% 정도밖에 감소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정화탑은 농촌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에서는 소용이 없고 그나마 빌딩숲 형태로 구성돼 사람들이 많이 노출되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극한 상황에 대한 비상대응용으로 일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경제적 타당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 자연적으로 생긴 건 자연적으로 해결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때 살수차나 분수대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한방우 실장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은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우리 몸이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령 모래 등 자연 성분의 비산먼지는 코털에 걸려 가래를 뱉으면 배출이 되지만 인위적으로 2차 생성된 PM2.5는 필터나 전기집진기처럼 인위적 장치를 통해서만 걸러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살수차나 분수대가 PM2.5 감소에는 크게 효용이 없다. 공장 굴뚝에 설치된 스크러버도 마찬가지다. 스크러버는 액체를 이용해 가스 속에 들어 있는 입자를 포집하는 장치인데, 걸러내는 입자 크기별 포집률을 보면 2.5㎛ 크기 부근에서는 크게 상승하지만 2차 생성 입자가 분포해 있는 0.3㎛ 크기에서는 확 떨어진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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