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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팀장칼럼] 다이슨의 '좋은 실패' 싸이월드의 '나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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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다이슨(Dyson) 이사회는 전기자동차 프로젝트 종료라는 몹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환상적인 차를 개발했지만, 불행하게도 상업화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회사 직원에게 이와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여러분에게 이 소식을 직접 전하길 원했다"며 지난 3년 동안 25억파운드(약 3조7300억원) 규모로 진행해온 전기차 프로젝트의 끝을 알렸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있다. 실패를 전하는 제임스 다이슨의 방식과 태도다. 그는 시간을 끌거나 흐지부지하게 사태를 덮지 않고, 빠르게 실패를 인정했다. 전기차 상업화 실패는 물론, 전기차 프로젝트 구매자를 찾다가 무산됐다는 사실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감 없이 밝혔다. 시장 상황 등 외부 요인을 내세우며 핑계 대지 않았고 책임을 해당 부서 직원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기업 수장이 전면에 나서 실패를 알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 프로젝트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면 더욱더 그렇다. 본인 스스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조직 구성원 역시 같은 기업 문화를 공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이유로 실패할 경우 보너스, 공개 석상에서 박수, 연봉 인상, 휴가를 제공하는 구글X의 문화와 비슷하다.

최근 아무런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접속을 차단해버린 싸이월드의 사례는 이와 정반대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잠적했고, 회사는 서비스 접속 차단에 관한 아무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임금 체불로 직원이 계속 떠나면서 이런 사태가 예견됐으나 전 대표는 암호화폐 ‘클링' 발행, 해외 투자 유치 등으로 싸이월드가 부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이슨, 구글X가 혁신을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선 ‘좋은 실패’라면 싸이월드는 문제를 키운 ‘나쁜 실패’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에 50억원을 투자한 삼성벤처투자 등 주주는 물론, 서비스 이용자, 클링 투자자들까지 뒤통수를 맞게 됐다. 불투명한 경영으로 고객과 시장의 불신이 야기됐다.

"실패해도 괜찮다. 빨리 실패하라"는 말의 본뜻은 "혁신을 게을리하지 말라. 용기 있게 시도하라"다. 누구나 동의할 이유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은 오래 붙잡고 있지 말고 깨끗하게 포기하라는 뜻도 된다. 싸이월드가 다이슨처럼 정직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빨리 포기했다면 퇴사자 분쟁, 집단 소송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쁜 실패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인 신뢰를 훼손한다. 불신이 만연하면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다시 나쁜 실패가 일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OECD(2014년, 현대경제연구원) 국가 중 사회자본지수 최하위권(29위)을 기록할 정도로 상호 신뢰가 낮다. 사회 각 영역에서 신뢰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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