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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광화문도 서초동도 다 싫다"···20대는 왜 광장에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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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 (왼쪽).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우상조 기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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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가 광화문·서초동으로 나뉘어 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20대는 광장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주도한 2016년 촛불집회와 다른 양상이다.

13일 통신·교통 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시 기준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약 34만1316명, 5일 오후 7시 기준 서초동 집회 참가자는 약 11만4798명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시간 생활인구에서 평소 주말(서초동 집회가 열리지 않았던 9월21일) 인구를 뺀 결과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집회 당시 광화문 일대 인구 중 60대 이상 장년층이 78.3%, 서초동 주변은 30~40대 중년층이 61.9%를 차지했다. 반면 20대의 비중은 각각 4.6%, 8.5%를 기록했다. 2016년 말 시작된 국정농단 촛불집회 당시 20대 참가자 비율 19.3%(영남대학교 도묘연,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여의 결정요인')보다 현저히 낮다.



"검찰개혁 공감하지만…취업난만큼 와 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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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조국 장관을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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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20대가 광장을 외면한 이유는 뭘까.

전통적으로 20대는 진보 성향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이와 달리 서초동 집회 참여율이 저조했던 이유로는 집회 구호인 '검찰개혁'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가 꼽힌다.

지난달 10일부터 11일까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정부가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를 묻는 질문에 20대 응답자의 8.8%가 '사법개혁'을 꼽았다. 13.1%인 전체 평균보다 낮다. 반면 '경제 개혁'을 꼽은 비율은 48.9%를 기록해 60세 이상 응답자에 뒤이어 가장 큰 지지를 보였다.

대학생 김민식(25)씨는 "현 정권을 지지하고 검찰개혁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경제 문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검찰개혁 이슈에 크게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취업난 해결같이 와 닿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의 강도가 다른 것도 이유로 꼽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 때처럼) 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어 참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트라우마'는 당시 대학생·사회초년생이었던 30~40대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반면 현재 20대(1991~2000년생)는 2009년 당시 대부분이 정치관이 확립되기 전인 미성년자였다. '이번에는 지켜내겠다'는 여권 지지자들의 구호에 대한 공감이 낮은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입장에서는 10여년 전 일인 노 전 대통령의 사건을 조국 사태와 연결 짓는 데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입시·장학금 관련 의혹이 제기된 점도 20대가 '조국 수호' 성격을 띠는 서초동 집회를 외면하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학생 최모(23)씨는 "검찰개혁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조국 수호 집회 아니냐"면서 "입시나 장학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조국 싫지만 보수 야권은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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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약 100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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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를 계기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20대의 비판 여론이 높아졌지만, 보수야당이 주도한 광화문 집회는 청년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이후 서울대에서는 4차례 조 장관 규탄 집회가 이뤄져 평균 200명 내외의 학생이 모였다. 반면 지난 9일 광화문 집회에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주도한 서울대생 집회에는 학생 약 50명 모이는데 그쳤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던 대학생 A씨(23)는 "'극우'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친구들에게 말을 못하고 집회에 나왔다"면서 "차라리 교내 집회라면 더 편하게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극우 성향 기독교계나 친박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에 반감을 드러낸다. 대학생 김모(22)씨는 "극단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광화문 집회는 가고 싶지 않다"면서 "조 장관의 사퇴를 바라지만 한국당이나 보수 단체는 더 싫다"고 말했다.

정치적 논란을 꺼리는 20대들은 별도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고려대, 부산대 등 전국 대학생이 모인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집행부'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 조 장관 규탄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0명이 모였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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