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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 25년 동안 추적하니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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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때 '비만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비만의 역설이 관심 받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이를 반박하는 연구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2월 숨을 거뒀다. 사망진단서(시신검안서)의 사인은 ‘상세 불명의 비만’이었다. 국내 질병분류기호로는 ‘E66.9’에 해당한다. 비만이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의미다. 같은 해 3월에는 60대 남성이 A씨처럼 비만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비만은 암을 비롯해 심뇌혈관질환 등의 질병을 야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두 사람처럼 비만이 직접적 사인으로 적시된 건 매우 드물다. 비만과 사망률과의 관계는 어떨까.



5년 전 다큐로 방영한 '비만의 역설'



한때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일반 상식에 반하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 관심을 모았다. (고도)비만인이 오히려 사망률이 낮다는 국내·외 연구가 잇따르면서다. 5년 전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서 “비만이 오히려 장수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비만 역설 뒤집는 연구결과 잇따라 나와



최근 비만의 역설을 뒤집는 연구들이 등장했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992년 건강검진을 받았던 평균 연령 39세의 공무원과 교직원 105만 3901명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BMI가 높아질수록 사망률도 올라갔다. 이런 경향은 10·15·20년 추적 조사에선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25년 추적했더니 확연히 드러났다.

10년 추적 땐 BMI 정상(23~23.9)인 사람의 사망률은 3.1%였다. 비만(27~27.9)인 사람도 3.1%였다. 정상인과 비만인 사람에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고도비만(30 이상)인 사람은 4.2%로 올라갔다.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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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 30이상의 고도비만의 경우 25년으로 추적조사 기간을 늘리자 정상체중과 비교해 사망률이 확연히 벌어진다.(붉은 박스) [자료 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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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년 조사선 비만 사망률 눈에 안띄어



25년간 추적하면 차이가 더 명확하다. BMI 정상인의 사망률은 12.3%, 비만인 사람은 14.4%로 올라갔다. 10년 추적 때와 양상이 다르다. 특히 고도비만인 사람은 17.6%로 올랐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그동안 추적기간이 짧아서 정상과 비만의 사망률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장기 추적하면 비만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김연용 빅데이터센터장은 “연령과 성별을 같은 조건으로 보정한 뒤 BMI에 따른 상대적 사망 위험도가 어떻게 되느냐를 본 것”이라며 “BMI에 따른 사망률을 제대로 보려면 10년 추적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최소한 25년 정도 따져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금나나 교수팀과 공동 개발해 11일 공개한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에서 체중 감량이 당뇨병·고혈압 등의 위험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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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만과 만성질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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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대학 연구에서도 비만역설 '오류'



해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비만의 역설이 오류란 점을 확인하는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스타마티나 일리오드로미티 영국 글래스고대 의대 교수팀이 건강한 성인 약 30만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교수팀은 영국의 의료 연구 데이터베이스인 ‘바이오뱅크’로부터 40~69세 건강한 유럽 백인 남녀 29만6535명의 의료정보를 수집해 BMI와 허리둘레 등 비만을 나타내는 지표와 심혈관 질환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나이와 상관없이 과체중과 비만은 모두 고혈압과 심장발작, 뇌중풍(뇌졸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지수 22~23 정도의 정상 체중인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고, BMI 22를 기점으로 여성은 지수가 5.2, 남성은 4.3 늘 때마다 심혈관 질환 발병이 13%씩 늘었다.



"허리부위 지방 많을수록 건강 빨간불"



특히 허리 부위의 지방이 많을수록 위험이 커졌다. 심혈관 질환이 가장 적은 허리둘레는 여성 74㎝, 남성 83㎝였는데 여성은 12.6㎝, 남성은 11.4㎝가 늘 때마다 심장질환이 16%, 10% 각각 늘어났다. 당시 일리오드로미티 박사는 “지방이 심장 및 뇌졸중 위험을 ‘보호’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이 도전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결과는 ‘유럽 심장 학회지’에 실렸다.

오상우 교수는 “여전히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비만한 사람이 사망률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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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X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ㆍ금나나 교수팀의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https://news.joins.com/Digitalspecial/386) 바로가기

황수연·김민욱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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