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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물가·집값에 떠밀려… 30대 20만명 탈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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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권혜연(37)씨는 작년 10월 '서울 탈출족(族)'에 합류했다. 서울 용산구의 20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경기 용인시 수지에 있는 34평짜리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갔다. 권씨는 "아이 키우기에 집도 널찍해진 데다 서울보다 공기도 좋다. 서울보다 싸고 양 푸짐한 맛집도 많다"며 "용산에서 회사가 있는 양재동까지 출근하려면 막혀서 한 시간 걸릴 때도 많았는데, 수지에선 고속도로 타고 30분이면 간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얼(1981~2000년 초반생)의 '대도시 탈출'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30대의 탈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회 김광림 의원(자유한국당)이 통계청에서 받은 '수도권 지역별 순이동'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전입자-전출자)는 30대(30~39세)에서 가장 많은 4만2521명을 기록했다.

◇밀레니얼의 대도시 탈출은 글로벌 추세

우리나라는 아직 학업·취업 등의 이유로 서울로 향하는 20대가 많지만, 직장 잡고 아이 키우면서 '서울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연령대별 서울 순이동 자료를 보면 30대가 가장 많이 탈출(-4만2521명)했고, 40대와 50대도 각각 2만6459명, 2만4311명씩 서울을 빠져나가는 등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순유출(전입보다 전출이 많음)이 발생했다. 전체 순유출 인구 가운데 비중으로 따져도 30대가 거의 3분의 1(28%)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2010년부터 연령대별 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의 30대 인구는 2010년 174만1230명에서 2018년 154만2820명으로 거의 20만명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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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버스 기다리는 ‘서울 탈출族’ - 30대들이 비싼 집값과 물가 탓에 서울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서울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통근자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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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울을 탈출한 30대는 인근 수도권으로 보금자리를 트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 작년 한 해 30대 유입 인구가 4만9579명으로 전 연령대별 유입 인구 가운데 30대가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 조사시 인구 이동 이유를 조사해보면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일수록 높은 집값 부담과 결혼·직장 등 신상 변동에 따라 도시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젊은이들이 대도시 탈출 행렬을 보이는 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란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은 작년 25~39세 인구가 3만8000명 감소했다. 시카고·휴스턴·샌프란시스코·라스베이거스 등과 같은 미국의 주요 대도시도 밀레니얼 인구가 큰 폭으로 주는 추세다. 미국뿐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2012~ 2017년 밀레니얼(20~34세)이 2만명 넘게 빠져나가는 등 인구 유출이 많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삶의 여유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 밀레니얼들이 복잡한 대도시를 떠난다는 해석이다.

◇"버거운 서울살이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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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서울 탈출은 여유로운 삶을 선택해서라기보다 높은 집값과 물가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서울의 물가·집값이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 세계 133개 주요 도시 160개 품목의 물가를 조사해 발표한 2018년 생활비 보고서를 보면 서울은 싱가포르, 프랑스 파리, 홍콩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째로 비싼 도시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의 '글로벌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PIR)은 21.1로 뉴욕(11.3), 도쿄(13.1), 런던(20.6)보다 높은 수준이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울의 30대 밀레니얼들은 그야말로 고(高)물가를 견디지 못해 짐 싸서 서울을 '탈출' 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30대의 유출이 많은 것은 서울살이가 그만큼 고달프다는 뜻이며, 집값이 떨어지면 다시 유턴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sung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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