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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도 우체국도 오늘 쉰다는데요… 편의점은 무너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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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찾은 서울 삼성동의 편의점 GS25 파르나스타워점. 이곳의 한쪽 벽면은 상품이 진열돼 있는 대신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관함과 의류 관리기(스타일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여성이 휴대전화를 보고 보관함에 인증번호를 입력하자, 보관함 한 곳의 문이 열렸다. 이 여성은 익숙한 동작으로 보관함 안에 있던 택배 상자를 들고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주문한 상품을 집 대신 편의점으로 배송받은 것이었다. 잠시 뒤 한 남성은 편의점에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류 관리기에 넣은 뒤 결제한 도시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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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아닙니다, 편의점입니다 - 요즘 혼수 필수품이 돼가고 있다는 의류관리기가 편의점 안에 들어왔다. 모델이 편의점 GS25 서울 파르나스타워점에 설치된 의류관리기를 이용하는 모습. 이곳을 찾는 고객은 무료로 의류관리기를 이용해 간단한 드라이클리닝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GS25는 의류관리기 설치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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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를 충전·주차하고, 세탁물을 맡기는 것에 더해 해외로 서류를 보내는 것도 모두 편의점에서 가능한 일이 됐다. 편의점 업체들이 단순히 간편한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파는 데서 나아가 '올인원 생활 플랫폼'을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e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의 공세 속에 고전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막내' 격인 편의점만은 날로 세를 키워가고 있다. 편의점 강세의 핵심 화력은 오프라인에서의 촘촘한 네트워킹 능력이다. 전국 편의점 수는 지난해 4만개를 돌파했다. 인구 1200여 명당 1개꼴로, 주유소(1만1000여 개)의 약 4배, 국내 18개 은행 지점·출장소(6700여 개)의 6배 수준이다. 업계에선 "1~2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편의점의 확장을 이끌고 있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편의점 업계가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온라인 세상에서 생존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세탁, 해외 서류 배송, 전동 킥보드 충전까지 편의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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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소 아닙니다, 편의점입니다 - GS25 서울 강남은성점 앞에 설치된 전동 킥보드 충전·주차 스테이션의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GS25는 한 스타트업과 손잡고 고객이 세탁물을 맡기면 인근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한 뒤 다시 GS25 점포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세탁소 운영 시간에 세탁물을 맡기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며 "24시간 운영하는 GS25가 고객과 지역 세탁소를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지난달 23일 '고고씽'과 손잡고 전동 킥보드 충전·주차 서비스도 시작했다.

택배 픽업 서비스는 편의점 업계에서 일반화하고 있다. e커머스 업체들과 각을 세우는 대신 손을 잡으며 탄생한 서비스다. GS25는 이베이코리아와, CU11번가, 인터파크 등과, 세븐일레븐롯데닷컴, 엘롯데, 롯데하이마트 등과 제휴해서 택배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편의점 주요 고객인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위해 업태 명대로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다. 세븐일레븐은 롯데홈쇼핑과 업무 제휴를 맺고 홈쇼핑 구매 상품의 반품 대행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파는 것처럼 이익이 나진 않지만 고객 편의 서비스를 늘려야만 고객들이 편의점을 계속 찾게 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업체를 찾아야만 가능했던 서비스도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체국이나 사무용품 전문업체에서나 가능했던 해외 서류 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부터 페덱스와 함께 해외로 서류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한다. 페덱스 홈페이지에서 배송 신청을 한 뒤 예약번호를 받아 서류와 함께 세븐일레븐을 방문하면 끝이다. 최대 허용 중량(0.5㎏) 이하의 서류에 전 국가 단일 요금제(건당 2만750원)가 적용된다. CU는 중고 스마트폰 유통 서비스 업체인 리폰, KT와 함께 지난 7월부터 '중고폰 수거 서비스'도 하고 있다. CU는 점포 앞에 주차된 자동차를 빌려주는 '카셰어링 서비스'와 24시간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 직원들, CES까지 가서 아이디어 찾는다

올해부터 편의점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협약이 적용되면서 도심 지역에서는 새로운 점포를 내는 게 사실상 어려워졌다. 신규 점포를 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편의점 업계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비스 아이디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상품 개발팀이 '주포'였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고 제휴를 맺는 서비스 상품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편의점 업계가 서비스 경쟁에 나서는 건 결국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GS25가 최근 분석한 결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은 고객의 38%가 서비스 이용에 더해 상품 구입까지 했다고 한다.

GS25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상품 박람회만 찾았다면 요즘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소비자가전전시회) 등 편의점과 상관없을 것 같은 IT 박람회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 편의점 업계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4대 편의점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모두 우상향이다. GS25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4%나 늘었다. 후발 주자인 이마트24도 매출이 전년 상반기 대비 34%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 손실은 220억원이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적자 폭(157억원)이 줄었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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