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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미·중 무역 ‘미니딜’, 세계경제 먹구름 걷는 출발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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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과 중국이 그제 협상을 통해 치킨게임 양상이던 무역전쟁의 출구를 찾았다. 워싱턴에서 이틀간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15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려던 계획을 보류하는 대신 중국은 최대 500억달러 규모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이 시작된 뒤 15개월간 무역전쟁을 이어온 미·중이 ‘미니딜(부분합의)’에 이른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미·중 합의는 무역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한 대로 ‘1단계 합의’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어려운 협상 과제들이 남아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우리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지만 할 일이 더 많이 있다”고 밝힌 이유다. 미국은 그간 중국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 금지, 환율조작 금지, 농산물·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해 왔다.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악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8월 OECD 회원국 전체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04포인트 낮아진 99.06으로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도 지난 9일 첫 공식연설에서 “올해 전 세계 90% 지역에서 성장세가 낮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 영향권 아래에 놓인 수출은 둔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 들어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수출이 증가한 나라는 중국뿐이었다. 최대 피해국은 10개월째 내리막길을 달리는 한국이다.

보호무역주의는 당장 자국에 이익이 될진 몰라도 종국에는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만다. 세계 교역량 둔화와 경기 둔화로 인해 세계 경제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보복관세 악순환이 이어지면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은 더 이상 자유무역 질서를 흔드는 공멸의 길을 가선 안 된다. 이번 양국의 미니딜 낭보가 세계 경제에 드리운 무역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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