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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돼지열병 옮기는 야생멧돼지… 방역망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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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최근 남북한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제 “11일, 12일 경기도 철원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민통선 내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4건 검출돼 긴급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는 5마리로 늘었다. 정부는 감염위험지역과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으로 나눠 야생 멧돼지를 관리하기로 했다.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철원군·연천군 일부 지역은 전체 테두리에 철책과 포획 틀, 포획 트랩을 설치하고, 집중사냥지역에서는 총기를 사용한 포획을 허용키로 했다.

30만 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ASF 바이러스를 무차별적으로 옮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이 ‘무서운’ 복병을 만난 셈이다. ASF 바이러스를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등 경기 북부지역에 묶어 두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국방부, 환경부 등 당국은 “남방한계선 철책에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야생 멧돼지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에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DMZ 남쪽의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 양성반응이 확인되자 “정부 방역망이 구멍 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 사체가 지난 7월부터 급증한 것으로 확인돼 이런 우려를 더한다.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한 뒤 DMZ 내 야생 멧돼지 사체에 이어 DMZ 남쪽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면 북한에서 유입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DMZ 안의 야생 멧돼지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더라도 쥐나 새 등이 멧돼지 사체의 ASF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야생 멧돼지의 ASF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사육 돼지 위주의 방역망 구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살처분과 같은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실시하더라도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집중 포획으로 야생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야생 멧돼지가 돼지사육 농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도 중요하다. ASF 퇴치전의 승패는 이제 야생 멧돼지의 방역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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