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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사망 5년새 2배 늘었는데… “친구·이웃은 장례 못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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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목소리 커져 / 2014년 1379명→2018년 2447명 / 관계 단절·경제적 문제 등 원인 / 46%는 가족들이 시신 인수 포기 / 현행법상 세부 규정 마련 안 돼 / 공무원들 시신 인도 등 소극 허용 / 지자체마다 처리기준도 제각각 / 복지부 “2019년 내 세부 매뉴얼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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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A(66)씨는 지난 6월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나눔과나눔’ 사무실을 찾아 “내가 죽으면 장례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족들과의 불화로 차후 무연고사망자가 될 것이 걱정돼 나눔과나눔에 자신의 장례를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나눔과나눔 측은 현재 제도로는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장례를 약속드리기 어렵다고 답했고, A씨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한참 동안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월 B씨는 무연고사망자가 된 지인 김모씨의 장례를 직접 치르려 했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뜻을 접어야만 했다. B씨는 가족과는 단절된 채 살아온 김씨가 집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10여년간 가족보다도 가깝게 지내온 이웃이다. B씨는 김씨 가족에게 연락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위임장을 써 달라고도 부탁했지만, 가족들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김씨는 무연고사망자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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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세상을 떠나는 무연고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족 외에 친구·이웃 등도 연고자로서 사후 사무를 맡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지인도 연고자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세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실무자들이 향후 책임 소재 등을 고려해 자의적으로 시신을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혼란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무연고사망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4년 1379명이었던 무연고사망자는 지난해 2447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에는 사망자의 가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단절된 가족관계·경제적 능력부족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사망자가 되는 경우도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무연고사망자의 시신인수포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 30.9%였던 시신인수포기자의 비율은 2017년 6월 46.4%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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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행정기관이 무연고사망자의 가족으로부터 ‘사후 사무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경우 친구·지인이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고자의 범위에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인도 연고자에 포함될 여지가 있지만, 불명확한 세부 규정 탓에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시신 인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명륜의 양희철 변호사는 “현재는 시신을 (지인 등에게) 인도한 이후 문제가 생겼을 때 공무원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무원이 지인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장례를 허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언이나 신탁 등 법률적 제도를 통해 미리 지인이 장례를 맡도록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무연고사망자들이 활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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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확한 규정 탓에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무연고사망자 처리 기준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선순위 연고자 한 사람에게만 ‘시신처리위임서’를 받는 구가 있는 반면, 연고자 전체에게 위임서를 받는 구도 존재한다. 또 일부 구에서는 연고자 중 선순위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후순위자에게 시신 인수 권한을 주지 않는 등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선순위 연고자에게 위임서를 우선 받더라도, 이후 후순위 연고자가 원하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연내에 세부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며 “(지인과) 사망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증빙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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