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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셀카처럼 수술해주세요” 신종질환 ‘셀카이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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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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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은 셀카 특화가 특징이다. 지난해 출시된 한 스마트폰은 전면 카메라의 렌즈를 2개 장착했다. 1600만 화소, 800만 화소 렌즈를 통해 각각 선명하게 인물을 찍은 사진과 배경을 흐릿하게 찍은 사진을 한 장으로 합성해내는 기능이 적용됐다. 배경 흐리기로 인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수준급 셀카 촬영기법을 구현해준다. 촬영 인물사진에 다양한 포토샵 효과를 간편하게 구현해주는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 인기도 높다. 젊은층이 주된 이용층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미지 위주의 소셜미디어에 올라 있는 멋진 풍경과 인물 사진들 상당수는 ‘실제 그대로’가 아닌 ‘아름답게 보정된’ 이미지다. 피부와 치아를 뽀얗게 만들고 눈동자와 입술을 크고 선명하게 표현해주는 사진 필터링은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1월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 안면성형수술 분과에 실린 논문은 “필터링된 이미지는 현실과 환상 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 집착하게 만드는 정신질환인 신체이형증(BDD)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런던의 성형외과 의사 티지언 이쇼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달라진 성형수술 환자들의 요구를 접하면서 몇해 전 ‘스냅챗 이형증(snapchat dysmorphia)’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냈다. 그는 과거 성형수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닮고 싶은 유명인의 사진을 들고 와 눈·코·입을 사진 속 인물처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근래엔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의 필터로 보정된 사진을 가져와서 “이 사진의 나처럼 만들어주세요”라는 요구를 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자연인에게 존재할 수 없는 얼굴 사진을 자신의 이상적 얼굴 상태로 기대하며 성형수술을 요구하는 새로운 정신질환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얼굴성형·재건수술학회의 회원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수술동기 중 “더 멋진 셀카 사진을 위해서”라는 응답은 2016년 13%였는데 2017년엔 4배 이상인 55%로 나타났다.

면도·화장·머리손질 않고 ‘자연 그대로’ 사는 현대인은 없다. 외모 가꿈과 꾸밈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변형된 디지털 가상 이미지가 실재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현실 또한 불가피하다. 디지털화한 이미지가 범람하는 세상에선 변형해서는 안될 실재에 대한 고려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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