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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에 日도 어깃장···"WTO에 제소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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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노동계ㆍ시민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일본 경쟁당국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대우조선해양 M&A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빅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정부는 중복 투자 등 비효율을 줄이고 연구개발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중국 등의 추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내 조선업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우조선 인수로 세계 1위 입지를 굳건하게 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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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을 EU 집행위에 전달하기에 앞서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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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노조의 반발이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7일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ㆍ해양부문 중간지주사)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관한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세계 1ㆍ2위 업체 합병으로 시장 경쟁성의 심각한 제한이 예상된다”, “기업 결합으로 인한 선가(船價) 인상 외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합병 후 불공정행위 및 기자재ㆍ하청 회사의 종속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등 반대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백주선 민변 변호사는 “지역경제 활성화, 하도급거래 공정화 등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진보연대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합병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업계 임원은 “노조의 반대 자체가 합병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합병이 최종적으로 불발할 경우, 정부가 추진해놓고도 시민단체ㆍ노조의 반발로 좌초된 사례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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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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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기업결함심사’다. 기업 M&A는 당사자가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대중공업(지난해 시장점유율 13.9%)이나 대우조선(7.3%)처럼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업체의 인수합병은 각국 공정거래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 곳이라도 인수를 불허하면 매각이 무산된다.

해운업이 강한 EU는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롭다. 최근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초대형 철도 합병안을 불허할 정도로 독과점에 대한 거부반응도 크다. 노조 등이 해외 ‘원정투쟁’을 벌인 배경이다.

EU보다 심각한 건 일본의 심사다. 특히 일본이 7월부터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우조선 인수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앞서 지난 6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공적 자금 지원을 문제 삼으며 “한국 조선업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최근 취임한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압도적인 조선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위가 (대우조선) 인수를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본이 처한 입장과 국익에 따라 인수를 불허할 수 있다”며 “세계 선박 발주량 ‘톱 3’에 드는 일본이 대우조선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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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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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는 중국에 뺏겼던 수주 ‘세계 1위’ 자리를 지난해 7년 만에 되찾는 등 이제 막 기지개를 켠 현대중공업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대우조선을 인수해야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 20%를 넘겨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저가 수주 및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일본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다”며 “어려움을 뚫고 무조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말까지 기업 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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